2016년 1월 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약 10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조 7천500억 원의 예산을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추가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0년까지 총 2억9천만파운드(약 5천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매년 첫 아이를 임신했거나 출산한 여성 3만 명이 정신질환 전문가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모든 병원의 응급실에 24시간 정신질환 진료서비스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2억4천700만파운드(약 4천3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신질환을 지닌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응급실에 방문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은 만큼 이들이 24시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춰놓겠다는 목표다
2016년 2월 말 우리 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정신건강 종합대책(2016~2020년)'을 확정했다. 향후 5년간 1조 7천 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영국 총리의 발표와 달리 우리나라의 5년간 정신건강 종합대책에는 얼마만큼의 예산이 들어가는 지 알 수 없고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기사조차 찾을 수 없다.
영국 총리의 발표내용은 얼마의 예산을 투입해서 어떤 목표를 이루겠다는 상세하고 구체적인 반면, 우리나라 정부의 대책은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이며 어떻게 추진하고 무엇을 이루겠다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발표 내용을 보면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부, 법제처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정신질환 차별 개선 TF'를 구성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도록 법령, 제도, 행태 등의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건강보험료로 지불되는 공단 부담금을 높이고 정신질환 환자의 본인부담을 낮춘다는 내용 이외에 영국처럼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기 위한 국가 예산의 추가투입 계획은 없는 것 같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나 행려 환자 등 국가가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의료급여 환자 역시 발병 초기에 집중적으로 치료받고 불필요한 입원을 제한하도록 체계를 손질한다. 2017년부터 정신의료기관 입·퇴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여러 차례 반복되는 '회전문식 재입원'을 방지하고 입원 적정 여부를 감독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정신과 입·퇴원을 국가가 관리하겠다고 하니 건강한 국민이 듣기에는 의료비 절감으로 너무 좋은 정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지난 8년간 동결된 의료급여환자 외래 투약 1일당 2,770원인 정신과 정액수가로 10원, 20원짜리 값싼 약을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비싼 신약 투약은 꿈도 못 꾸고 추가 재정이 필요하므로 애써 무시하고 있다. 발병 초기 집중적으로 치료받도록 한다는 것도 현재의 장기입원비는 인하하고 단기입원비를 인상시키는 방법으로 실제로는 단 한 푼의 추가 재정투입도 안하겠다는 뜻이다.
정신질환의 특성상 여러 차례 반복 입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정신과 환자 입·퇴원 관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서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꼭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거리로 내 몰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돈보다 생명이 중요하다면 아프지 않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정책보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더 나은 치료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캐머런 영국총리를 본받기 바란다.
아울러, 대다수 건강한 국민들도 언젠가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처지에 놓일 수 있으므로 의사로 하여금 아픈 환자들에게 저질 진료를 강요하는 정부의 초저수가 정책을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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