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CT·MRI 판매 시 일부 병의원에 소프트웨어(SW)의 사용권만 제공하고 소유권을 주지 않는 등 불공정행위 혐의로 ‘한국지멘스헬스케어’를 조사 중인 가운데 관련 의사회가 회원들의 피해조사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개원영상의학과의사회(회장 이창석)는 8일 회원들에게 지멘스 CT·MRI 등 의료장비 구매 및 유지보수와 관련해 회원사들의 피해 사실을 조사하는 확인서와 위임장을 첨부한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공문에서 의사회는 “영상검사 수가 하락으로 의원 경영이 날로 어려워지는 가운데서도 장비관리비용(PM비용·정도관리 대행수수료)은 부단히 과도한 지출로 이어져 이제는 개선돼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장비구입 시 불공정 계약이 있었는지 관련해 구매회사가 아닌 타 수리업체 접근을 원천봉쇄하는 기업 횡포가 있어 이에 대한 공동대처를 준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지멘스와의 계약에서 불공정거래 조항이 있는지에 대해 고문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위법소지가 있음으로 확인됐다”며 피해 사실 확인서 및 위임장 작성과 회신을 당부했다.
의사회는 공문과 함께 회원들의 피해 사실 확인서와 그 결과에 따라 불공정 약관 또는 업무방해 혐의로 지멘스를 고발하기 위한 위임장까지 첨부했다.
해당 공문을 살펴보면, 의사회는 한국지멘스헬스케어 대리점 또는 관할회사 ‘케이.엠.알’(K.M.R)이 CT·MRI를 판매함에 있어 사전에 일방적으로 마련한 의료기기 매매계약서에 각 의료기관들에게 지극히 불이익한 ‘소프트웨어(S/W) 저작권’ 조항을 삽입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S/W 저작권 조항은 장비와 함께 인도된 S/W 사용권까지 포함해 매매대금을 지불했지만 각 의료기관들이 케이.엠.알이 아닌 제3자에게 장비 보수작업을 맡겨 시행할 경우 보수 작업용 S/W에 관해 사전에 케이.엠.알과 별도 유상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토록 한 규정.
이로 인해 각 의료기관들은 부품가격 등을 알지 못한 채 유지보수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공급 장비 유지·보수를 타 업체에 맡기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의사회 측 주장이다.
의사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한 영상의학과의원이 공정위에 지멘스 행위가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고 현재 공정위에서 조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멘스는 저작권 등을 들어 적극 대응하는 한편 의료장비 기술서비스제공업체(수리 점검업체)를 저작권 위반으로 형사고발해 압박하고 있으며, 여전히 부품가격 비공개 등을 통해 의료장비 점검·수리·중고장비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W 저작권 조항과 관련해 회원들이 입고 있는 피해사실을 조사하고 그 조사 결과를 공정위에 전달하거나 기타 법적 조치에 대한 자료로 활용하고자 설문에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의사회가 회원들에게 작성·회신을 요청한 ‘피해 사실 확인서’는 CT·MRI 등 의료장비 구매 및 유지보수 계약과 관련해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조사하는 문항으로 작성됐다.
문항을 살펴보면 ▲타 의료기기회사보다 유지보수비용이 비싸다 ▲장비 소유자라고 할지라도 S/W는 지멘스 소유이기 때문에 함부로 중고로 판매할 수 없다는 주장을 들은 바 있다 ▲유지보수 계약을 하지 않거나 원콜서비스(점검만하고 수리비용은 별도로 지불하는) 회원의 경우 점검 요청 시 의도적인 서비스 지연이 있는 등 피해 사실을 조사했다.
더불어 ▲원콜서비스 회원의 경우 근거(Log 등)를 제시하지 않고 중요부품 상태가 불량하니 모든 부품을 포함하는 유지보수계약 체결을 종용 받은 적이 있다 ▲원콜서비스의 경우 3년마다 시행하는 품질관리 정기점검 대행료로 200만 원 이상 청구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수리부품이 새 부품인지 중고부품인지 확인시켜 주지 않은 적이 있다 등 구체적인 사실여부를 표기토록 했다.
피해 사실 확인서와 함께 첨부된 위임장은 의사회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공정위에 지멘스를 제소하거나 또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위임장에는 “지멘스 및 관할회사(대리점) 불법행위와 불공정행위에 대해 첨부한 피해 사실 확인서와 같이 피해 의료기관과 연대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민·형사에 관련한 일체의 업무를 위임하는데 동의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공정위의 지멘스 불공정행위 혐의 조사가 해를 넘긴 가운데 대한개원영상의학과의사회 회원사 대상 피해조사 결과가 향후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의료계와 의료기기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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