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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요청에 요양급여 정보 넘겨준 공단, 위헌?

박양명
발행날짜: 2016-06-22 05:00:53

"피의자 소재파악 위해 질병 정보 요청 경찰, 과잉금지원칙 위반"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의 병원 이용 기록을 경찰에 넘겨준 건강보험공단.

경찰의 사실조회행위와 건보공단의 정보제공행위는 위헌일까?

헌법재판소는 최근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 제공 요청 및 제공 행위 등의 위헌확인 사건에 대해 공개 변론을 진행하고 쟁점을 확인했다.

경찰이 건보공단에 병원 이용 기록을 요청하게 된 상황은 이렇다.

2013년, 전국철도노동조합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코레일 한국철도공사를 민영화하는 정책이라며 이를 막겠다는 명목으로 20여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전국철도노조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은 여객 화물 수송 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용산경찰서는 수사 과정에서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의 소재 파악을 위해 이들이 이용했던 요양기관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상병명, 병원 내원 기록 등의 요양급여 관련 정보를 건보공단에 요청했다. 건보공단은 경찰의 요청에 따라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경찰과 건보공단이 정보를 요청하고 제공하는 근거로 삼았던 법은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2항,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8조 제1항,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7호다.

전국철도노조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측은 이들 법 조항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현재 전국철도노조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은 1심과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과 건보공단이 정보를 요청하고 제공하는 근거로 삼았던 법 조항
"피의자 소재 파악에 질병 정보는 직접 증거가 안된다"

위헌심판청구인 측은 해당 법 조항이 명확성 원칙, 영장주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들은 "경찰의 사실조회행위는 수색과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검사가 조회의 주체가 돼야 하고, 사법경찰관이 조회를 할 때는 영장이나 법원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보제공조항은 범죄 경중, 정보주체나 정보 범위를 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보 주체의 동의에 준하는 절차나 사후 통지 등에 관해서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조항의 의미가 불명확해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고인으로 나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호중 교수는 건보공단이 경찰에 제공한 요양급여내용은 피의자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 데 직접 증거가 되는 정보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요양급여내역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 정도가 큰 정보"라며 "민감정보의 수집, 이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률에 별도의 수권 규정이 마련돼야 있어야 함에도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해 법률 유보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의 당시 소재 추적에 꼭 필요한 정보라고 볼 수도 없으며 청구인의 병명과 진료내역을 알 수 있는 요양급여내용이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임의수사 일환…요양급여내역 일부, 소재 파악에 중요한 단서"

정보제공을 요청한 서울용산경찰서 측은 "수사 기관은 피고인의 소재 파악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 중 최근 이용한 일시, 장소 등에 국한해 정보제공요청을 했을 뿐"이라며 "단순한 조회에 불과해 임의수사에 해당하므로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건보공단도 "수사 기관의 요청에 따른 기계적, 수동적 제공행위에 불과해 건보공단의 의사가 개입될 여지가 없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경남대 법학과 유주성 교수 역시 건보공단이 제공한 정보는 피고인의 소재 파악에 중요한 단서라고 봤다.

유 교수는 "피의자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며 "수사 기관은 피의자 소재 파악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 중 최근 이용한 일시, 장소 등에 한해 정보제공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보공단도 피의자 소재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에 한해 정보를 제공했다"며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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