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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부부들, “우리도 애국하게 해 주세요”

최희영
발행날짜: 2004-09-02 09:09:48

출산율 최저치…불임치료는 보험 사각지대에

불임 진단을 받은 김모(여) 씨는 긴 치료기간과 그에 따른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고 있다.

김씨는 경제적 이유로 출산의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이 답답한 나머지 복지부에 “아기를 낳아 애국을 하고 싶어도 비싼 불임치료비 부담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불임부부들의 고통을 해결해 달라”는 내용을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전반적인 출산 기피 현상으로 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까지 떨어지자 갖가지 출산 장려책이 제안되고 있음에도 막상 아기 낳기를 원하는 불임부부들 중에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대표적인 저출산국인 일본(1.33명), 프랑스(1.89)명보다 낮다.

이 같은 저출산 추세가 계속되면 21세기 중반쯤에는 우리나라 국제경쟁력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등의 위기의식이 확산되자 정부는 육아비 보조, 모자보건 향상, 육아 휴직제 정착 등의 출산 장려책을 속속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임연령 부부의 13.5%에 달하는 63만 5,000쌍(2002,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겪고 있는 불임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아직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 제도 안에서 불임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출산으로 이어지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은 100% 본인 부담이기 때문에 시술을 원하는 사람들은 아기를 갖기 위해 보통 1,000만원의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경제적 여력이 없는 사람은 출산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은 2002년 말 출산율이 1.32%에 이르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04년에만 2천 5백억엔(약 2조 5천억원)을 투입해 불임부부 치료비 보조, 아동복지시설 확충 등에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시험관아기 시술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정부는 “실패율이 높은 불임시술에 선뜻 보험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 해 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최근 불임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시키는 것에 대해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지난 4월 한나라당이 총선기간에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 등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공약을 내건 바 있지만 정책 현실화는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민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불임 증가의 원인을 환경오염, 스트레스 등에서 찾고 있지만 이는 모두 ‘추정’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확실한 원인중의 하나는 산모의 고령화”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만혼 뿐 아니라 40대 이상 여성의 늦둥이 출산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 불임치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은 출산 장려정책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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