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 2학년 때는 엄청난 양의 수업 진도를 따라가느라 개강을 하고 나면 정신 없이 하루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올해 들어 실습을 하면서 단순히 의학 지식을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측면에 대해서도 배우기 시작했다.
국시에서도 필기와 실기를 모두 실시하고 있는데, 필기는 특별히 큰 변수가 없기 때문에 졸업 전까지 꾸준히 공부를 한다면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지만 실기의 경우는 그날의 컨디션이나 운에 따라 합불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동기들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서 실기라고 함은 OSCE와 CPX를 의미하는데, OSCE는 술기 측면을 시험하는 테스트라면 CPX는 문진하는 측면을 다룬다.
성격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두 영역 모두 결국에는 환자를 마주하는 경우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에 변수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내가 원하는 바 대로, 예측하는 바 대로 흘러가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CPX의 경우는 환자를 초진할 때 진단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환자의 주요 증상을 듣고 본인이 생각하는 Impression에 따라서 알고리즘을 떠올리고 그에 맞는 적절한 질문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가 어떤 대답을 하냐에 따라서 질문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필요한 질문들을 모두 해서 환자의 답변을 듣고 신체 검진을 하고, 또 그에 따라 적절한 진단 방법 및 치료 방안까지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반복과 연습이 필요하다.
당연히 주요 증상(Chief Complaint)을 듣고 짧은 시간 내에 이와 연관되는 질환을 예측해서 질문을 시작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공부가 잘 되어 있어야 하는 데다가, 모의 환자이기는 하지만 직접 사람을 대해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의사로서 가져야 할 말투, 태도, 행동과 같은 주관적인 측면들도 중요하게 평가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여러 전공 과의 실습을 돌면서 OSCE나 CPX의 시험을 볼 때면 차라리 필기 시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만큼 필기에 비해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것을 쏟아내야 하는 실기 시험에 더 부담을 많이 느낀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여러 번 동기들을 대상으로 연습한다 해도 막상 선생님들 앞에서 시험을 볼 때면 머리 속이 하얗게 된다.
첫 질문을 하면서 다음 질문을 미리 준비하고 구상해야 하는데, 정작 모의 환자의 대답을 듣고 나면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아 당황한다.
OSCE를 할 때도 정해진 순서와 절차에 따라 술기를 시행해야 하는데, 이와 동시에 환자를 안심시키고 적절하게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손발이 자꾸 꼬이고 술기 순서도 엉망이 된다.
결국에는 엄청난 반복적 연습이 답인데, 과연 언제쯤 되면 익숙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과를 돌 때마다 새로운 술기를 배우고 또 관련된 질환들의 수도 늘어나서 점점 정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외울 것들이 많아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기분 좋은 것은 책상에 앉아서 의학 지식만 차곡차곡 쌓다가 이렇게 실제 현장에 나와 선배들이 하는 술기나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배우고, 또 이를 직접 연습하면서 의사가 되는 과정에 진짜 다다랐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반복 또 반복, 그렇지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점은 내 앞의 환자를 안심 시키고 올바르게 설명하여 이해시켜야 한다는 점, 그리고 세심한 부분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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