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쓰는 게 아니라, 있는데도 쓰질 못해요."
최근 진료현장에서 만난 의료진들은 항암신약을 두고 넋두리가 많습니다.
없던 치료 옵션이 생겨 환영할 만한데도, '억' 소리는 나는 가격에 처방이 어렵다보니 무용지물이란 푸념까지 보태지는 겁니다.
의사도, 환자도 정작 급여가 안된 값비싼 신약 처방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여기에 진료 가이드라인에서 유용성을 공증받은 항암제 병용요법의 급여문제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항암신약을 병용하는 순간, 급여를 받아오던 기존 항암제마저도 비급여로 전환되는 아리송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요? 이를 모르는 눈치가 아닙니다.
다만 타질환과의 형평성 문제도 그렇고, 당장의 급여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기에 예산 편성에 발목을 잡힌다는 겁니다.
어찌됐든 '한정된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철옹성에는 변함이 없는거죠. 신약을 내놓은 제약사보다 처방권자인 학계와 급여권을 가진 정부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두드러지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심각해 보입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항암신약의 접근성 문제는 '악화일로'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면역항암제와 단일클론항체 의약품이란 이름을 단 신약은 현재 손에 꼽는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들어올 이들 신규 옵션의 가짓수는, 쏟아져 나올 일만 남았습니다.
과연 얼만큼의 항암신약이 들어올까요.
제약사들의 차세대 항암신약 개발 붐이 일면서, 작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약승인 45건 중 16개가 항암신약이었습니다.
특히 혁신신약과 바이오의약품품목허가를 합친 16개 항암신약은 기존 항암제와는 차별화된 기전을 앞세운, 현재 치료 선택지에 없는 약들이 태반이라는 대목이죠.
국내 진입 예정인 항암제 수를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게 다일까요? 네 아닙니다. 미국제약협회(PhRMA)에 따르면, 총 836개의 의약품과 백신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으로 123개가 폐암 신약, 백혈병(106개), 림프종(92개), 유방암(82개), 뇌종양(58개), 피부암(53개)에서 개발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이들 약물의 1%만 승인된다고 해도, 항암신약이 '시장에 쏟아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인 거죠.
분명한 것은 암환자 치료의 패러다임은 세포독성치료에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내성과 독성을 줄인 차세대 표적치료제와 인체 면역기전을 십분 활용하는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이제 서막일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코리아'라는 슬로건 아래 제약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합니다. 진정성이 느껴질까요?
산업육성에는 신약 승인의 제도적 지원 못지않게, 완성품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가 중요합니다.
앞날을 대비한 긴축 재정 취지 아래 벌어지는 소위 '약값 후려치기'는 제약사들의 개발 열기나 국내 시장 도입 의지를 꺾는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
치료 옵션의 있고 없고 차이는, 환자에겐 희망과 절망을 오가게 만듭니다. 그런데 약이 나와 있습니다. 항암신약 비싸서 못쓴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고령화시대에 중증 만성 질환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효율성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보건당국의 의지도 이해가 갑니다만, 이제는 쌓인 곳간을 조금씩 풀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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