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제약주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한 한해였다.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을 발판으로 제약사에 대한 장미빛 청사진과 미래 먹거리로서의 긍정적 언급이 잇따른 것이 잠시. 한미약품발 기술수출 파기 여파로 제약주는 기대주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신약 개발로 체질 개선에 나선 제약산업을 어떻게 바라봐야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제약·바이오 업종의 애널리스트 3인의 의견을 담았다. (애널리스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함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상> 기술 수출 불발, 긍정적 영향도 살펴봐야
하> 바이오 IPO도 찬바람…올해 시장 전망은
제약산업은 그간 내수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제네릭 출시로 내수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는 구조가 고착된 까닭에 수출을 통한 먹거리 창출이 가능한 산업이라는 인식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
이런 인식의 틀을 깬 것이 바로 한미약품이다. 총 8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로 신약 개발의 가능성과 국내 산업을 이끌어 나갈 새 성장동력이 바로 제약업이라는 새로운 관점이 부각된 것이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기술수출 비용'에만 관심이 있었지 신약 개발까지의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었다는 점. 제약산업에 있어 신약 개발 실패는 이른바 '병가지상사'지만 대중들의 인식은 실패는 곧 거품이나 실망으로 귀결되곤 했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여파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연구원들은 한미약품의 올리타정 기술 수출 불발이 장기적으로 업계의 가치 평가에 긍정적인 평가에 기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A연구원 : 그간 신약개발의 위험성이 간과된 것이 사실이다.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은 10%가 안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재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불발을 너무 과도하게 평가, 주가에 반영했다는 감이 없잖아 있다. 대규모 기술이전이 제약산업의 평가 기준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막대한 R&D 비용을 투자하면서 신약 개발에 의지를 가진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지난해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솔라네주맙이 대규모 임상 결과에서 실패를 맛봤다. 27년 동안 신약 개발에 총 30억 달러(3조 5천억원)를 투자하고도 실패를 경험한 것이다. 신약 개발은 이렇게 어렵다.
하지만 신약 개발이 곧 실패라는 인식은 위험하다. 신약 개발이 활발하지 않았던 국내 제약업계에선 신약 개발 실패 경험도 자산이다. 대중들도 신약 개발의 난이도를 인식하게 됐다는 점, 마일스톤 방식의 계약 방식의 의미를 알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기술 수출 불발이 제약, 바이오 섹터 전체의 신뢰도 저하를 가져왔다는 점은 부정적 영향이다.
B연구원 : 마찬가지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의 순조로운 진행이 대단히 중요하며 기술 수출 계약 후 그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알려준 계기가 됐다.
C연구원 : 단기적으로 볼 때 부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신약 개발의 실패 리스크가 크게 부각된 상황이다. 실패 리스크에 따라 다른 제약사도 타격을 받았다.
대부분의 제약, 바이오 업종이 52주 최저가 안팎으로 등락을 거듭하면서 투자금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산업이 아니라 주가의 측면으로 보면 일반 대중들의 묻지마 투자가 아닌 합리적 투자 관점을 부여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15년 11월 86만원으로 최고가를 갱신한 한미약품의 현재(1월 25일 기준) 주가는 28만 6천원 수준. 이는 기술 수출 불발 소식이 알려지기 전 62만원대의 주가에서 반토막이 난 수치다. 문제는 한미약품이 사노피와의 기술 수출 조건 변경과 R&D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적자 전환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대목. 애널리스트들은 한미약품의 신규 기술료 수익(마일스톤) 수취 등 영업이익 개선 모멘텀 가시화는 당분간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었다.
B연구원 : 최근 사노피 기술수출계약의 변경으로 인해 연구개발비가 더 높아지고, 추가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감소한 시점이라 단기적인 반등은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C연구원 :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한미약품으로 반환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퀀텀 프로젝트'의 일부 계약도 해지됐다. 이는 국산 신약 개발, 더 나아가 글로벌에서도 먹히는 신약 개발이라는 장미빛 청사진이 무너진 사건이다. 사건이라 표현한 것은 다른 제약, 바이오 업종에도 그만큼 파급력이 컸기 때문이다.
마일스톤 모멘텀이나 신약 개발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시장에 다시 주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반등은 어렵다고 본다. 게다가 지난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한미약품이 4분기 적자 전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시기다. 신약개발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기 전까지 이제 R&D가 되레 제약사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
A연구원 : 한미약품의 주가는 기술 수출의 순조로운 진행에 따른 마일스톤 유입과 신약 가치 상승에 좌우될 전망이다.
제약, 바이오 업종이 52주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지만 여전히 거품이라는 시선이 있다. 특히 바이오 업종의 열기가 빠지면서 IPO를 통한 자금조달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0년 IT 벤처 붐과 비교할 때 바이오 업계의 업황 진단은 어떻게 해야 할까.
B연구원 : 거품이라는 것이 실체와는 다르게 고평가를 받는 것을 말한다. 신약 개발의 긴 과정과 성공 확률이 높지않다는 것을 시장이 이제는 파악하고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IT벤처 붐과는 분명 다르다. 상장업체들의 지분구조, 개발단계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투자과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C연구원 : 2000년대의 IT 벤처붐은 한마디로 묻지마 투자였다. 산업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거나 판단할 지표없이 "되겠다" 싶은 종목에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곤 했다. 기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툴이 없기 때문에 거품이 끼였고 한 순간에 무너진 거다.
반면 제약, 바이오 업종은 해외 제약업종과의 PER 비교나 신약 임상 진행 상황, 시장 규모, 원외처방 건수 등 분석할 만한 지표들이 있다. 물론 2015년, 2016년의 투자 열기는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거품이 더 커지기 전에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 성장을 위한 성장통이지 위기는 아니다.
A연구원 : 상장된 바이오업체가 주로 기술 특례를 이용한 종목이 대부분이라 초기 단계의 업체가 많아 밸류에이션이 과도한 측면이 많다. 기술특례 상장이란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가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낮춰 주는 제도로 2005년 도입됐다. 회사의 보유 기술이 유망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무제표상 적자가 있더라도 상장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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