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업체와 진단 검사 기관에 한의사와 거래 중지를 강요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11억원이 넘는 과징금 폭탄을 맞은 세 개의 의사단체.
한날한시 폭탄을 맞았지만 이들은 각개 전투를 선택했다. 대한의원협회에 이어 전국의사총연합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대한의사협회는 바로 소송전을 시작했다.
전의총은 "공정위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이의신청서를 접수했다"며 "앞으로 행정소송 등 할 수 있는 모든 합법적 수단으로 싸울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공정위는 의협, 전의총, 의원협회 등 3개 단체가 의료기기 업체와 진단검사 기관에 한의사와 거래 중지를 강요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을 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의협 10억원, 전의총 1700만원, 의원협회 1억2000만원으로 총 11억3700만원이다.
전의총은 이의신청서를 통해 "음양오행과 기 등 형이상학적 관념에 근거한 한방의학에 현대의학을 이용한 진단검사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의학적 원칙에 정면 위배된다"며 "이는 의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민과 환자의 건강, 생명에 치명적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의 결정으로 이득을 보는 곳은 한방 의료기관과 현대의료기기와 서비스 등을 한방에 제공하는 회사 몇 곳"이라며 "국민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얼마나 치명적 위협을 받을 것인지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전의총은 이의신청을 진행하며 공정위 결정에 대해 범의료계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보다 앞서 의원협회는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동시에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공무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된 근본 원인은 복지부의 유권해석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과징금 계산이 잘못된 부분도 있어 이의신청으로 잘못된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이의신청 결과에 따라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과징금인 10억원을 내야 하는 의협은 이의신청 대신 바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소송을 진행할 변호사까지 선임한 상황.
면허 제도와 이원적 의료체계 하에서 공법적 제한을 부시하고 자의적 처분을 내리는 것은 허용될 수 없고 한의사들의 무분별한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경고는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한 것으로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지속해온 견해라는 게 의협의 주된 주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이 1심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송을 하기로 했다"며 "재판부가 배당되면 추가 법무법인 선임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징금 납부 여부는 기한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논의를 더 거칠 예정"이라며 "납부를 하지 않으면 7.5%의 이자가 발생하는데 이 부담도 무시 못할 부분이라서 다각적으로 논의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세 단체가 같은 이유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는데 공동 대응은 요원한 이야기일까.
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의협은 자체적으로 TF까지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같이 대응해보자는 제안을 받은 적도 없고, 내부적으로 같이 대응을 하는 것에 대해 논의한 적도 없다"며 "향후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사건이 같이 때문에 병합이 된다면 또 모를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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