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희귀질환은 2000여 종, 약 5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희귀질환을 겨냥한 치료제 개발과 공급에 주력하는 전문바이오테크 한 곳이 있다.
샤이어는 1986년 영국에서 창업해 지난 30여 년간 희귀질환 및 스페셜티 케어 분야 외길만을 걸어온 바이오 제약사로 유명하다.
말그대로 환자수가 적고 시장성이 낮아 치료제가 없거나 부족한 게 희귀질환자들이 겪는 설움인데, 샤이어는 이들 환자에 치료적 대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시장성이 큰 블록버스터 품목에 눈독을 들이는 소위 잘나가는 빅파마들과 매출 규모 비교가 힘든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
제품군마다의 시장 점유율은 전 세계 톱클래스 수준이나 단위 매출이 크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매년 수익의 11%(13억 달러 규모)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한다.
'삶을 위협하는 질병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의 영위를 가능케 한다'는 샤이어의 기업이념이 다국적사 가운데서도 R&D 투자가 활발한 회사로 각인시킨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샤이어의 한국법인은 작년 3월 공식 설립되며, 이제 출범 1년차를 맞았다.
현재 샤이어코리아에는 Hematology(혈액내과), IM(내과), LSD(유전질환) 등 3개 사업부에 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상황인데, 조만간 한국법인의 규모 확대를 앞두고 있다.
작년 혈우병 시장에 리딩품목을 보유한 박스앨타와 인수합병하면서, 국내에서도 올 연말까지 법인을 통합하는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것.
박스앨타 합병 이후 글로벌 샤이어의 매출이 2배 가량 성장했듯, 샤이어코리아의 지속성장에도 낙관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렇게 희귀질환과 특수사업 분야 독보적 리더를 다짐하는 샤이어코리아의 선봉엔 문희석 대표가 섰다. 대표로 부임하기 전 17년간을 다국적제약사 항암제 사업부 및 특수사업부 총괄 책임자로 '올인'해 온 그의 이력이, 이미 해당 분야 깊은 애착을 말해준다.
메디칼타임즈는 문희석 대표를 만나 샤이어코리아의 기업문화와 지속가능한 사업 비전에 대해 물었다.
샤이어의 한국 진출에는 시간이 꽤 걸렸다. 출범 전 어떤 방향성을 잡았나
-2014년부터 샤이어코리아의 출범을 준비하면서 출시가 기대되는 파이프라인이 많다보니 준비시간이 길어졌다. 특히 제품 도입과 조직 구성에 많은 고민을 했다.
방향성은 샤이어의 기업 철학과 닿아있다. '환자중심'과 '혁신적인 제품 도입'이 그것이다. 샤이어는 자체적인 연구개발은 물론 다른 기업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및 인수합병전략을 통해 신속한 제품 개발을 지향한다.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혁신신약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환자중심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지만 강한 조직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출범 1년차를 맞았다. 지난해 주력했던 제품과 성과는 어땠나?
-작년엔 혈소판증가증 치료제인 아그릴린과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메자반트 두 제품의 공급에 주력했다. 샤이어코리아가 국내 첫 출시한 제품인 아그릴린은 본래 국내사를 통해 공급했으나 계약만료에 따라 직접 공급을 결정했다. 이후 두 번째로 국내 출시한 제품이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메자반트다.
올해 희귀질환 중 LSD질환(Lysosomal Storage Disease, 리소좀축적질환)의 치료제를 본격 도입하기 위해 LSD사업부를 새로 구성했다. LSD 치료제의 경우 SK케미칼을 통해 판매되었던 제품이지만, 양사가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방향으로 원만한 합의가 진행됐다.
또 지난해 박스앨타와의 합병으로 헤마톨로지(Hematology)분야 제품이 추가됐다. 박스앨타는 이미 혈우병 분야의 선두주자로 녹십자와 공동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박스앨타 합병에 따른 사업부 편성이나 품목 판매에 변동은 없었나.
-사이어코리아는 박스앨타가 보유하고 있던 혈액내과 분야와 샤이어의 첫 국내 도입 품목인 아그릴린과 메자반트가 속한 내과질환, LSD 질환 치료제인 레프라갈주와 비프리브주가 포함된 LSD 사업부 등 총 3개의 사업부문으로 운영된다.
이 밖에 국내사를 통해 판매되는 샤이어 제품들도 있다. 환인제약이 ADHD 치료제인 메타데이트를, JWP가 만성신장질환 고인산혈증치료제인 포스레놀을 공급하고 있다. 해당 품목들은 앞으로도 국내사와 파트너십을 유지할 계획이다.
매출 부분에서는 아그릴린의 경우 안정적인 매출이 유지되고 있고, 메자반트는 작년 8월 출시 후 현재 50여개의 병원에 랜딩됐다. 출시 기간이 오래되지 않아 아직 매출이 크지 않지만 메자반트는 메살라진(mesalazine) 제제 중 글로벌 1위 품목인 만큼 한국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는 어떤 제품을 선보일 예정인가?
-혈우병 분야에서 반감기가 늘어난 제품의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현재 혈우병 시장에선 샤이어가 글로벌 선두주자다.
국내의 경우 샤이어의 애드베이트가 혈우병 시장을 리딩하고 있으며, 많은 제약사에서 반감기가 늘어난 제품의 출시를 계획하는 등 경쟁이 굉장히 치열해지고 있다. 샤이어는 애드베이트보다 반감기가 늘어난 제품의 국내 발매를 준비 중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발매가 된 제품이다.
또한 2020년까지 30여 개 이상의 치료제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샤이어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이 매우 다양하다. 이 중 임상이 진행 중인 제품만 40여 개에 이른다. 국내에선 2020년까지 10개 이상의 제품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그 중 발매 시점이 가장 가까이 다가온 제품으로는 단장증후군(Short Bowel Syndrome) 치료제가 있다. 항암제 분야에서 췌장암 치료제의 발매를 준비 중이고,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제인 피라지르도 발매 준비 중이다.
이외 안구건조증 치료제의 발매도 준비하고 있다. 처방약으로서 FDA 허가를 받은 최초의 제품인데 기존 제품과 작용기전도 다르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기대가 높다.
샤이어코리아의 조직 확대 전망은 어떠한가?
-샤이어코리아 현재 직원은 50여 명이다. 희귀질환 및 스페셜티케어 분야는 질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국내 환자수가 50~100명인 질환부터 많아도 1000명 이하다. 환자 수가 적을뿐더러 전문의 수도 많지 않아 큰 조직으로의 확대보다는 운영에 있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희귀질환은 내과, 심장내과, 안과 등 특정 한 분과로 나뉘지 않는 다양한 특징을 가진다. 전 세계에서 발견된 희귀질환이 약 7000종에 이르고 전체 인구의 1~5%가 그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희귀질환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약 2000종의 희귀질환이 발견됐고 환자 수는 50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이렇듯 희귀질환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질환을 함께 분류해 팀을 구성할지 직원들과 계속 고민하고 있다.
국내 희귀질환자의 치료 접근성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현행 약가제도는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을 입증한 약제들에 한해 선별적으로 등재되는 제도이다. 그러나 희귀질환 치료제나 희귀 항암제 같은 경우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정부도 이러한 부분을 일부 수용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지난 2013년 위험분담제(RSA)와 2015년에 경제성평가면제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위험분담제의 적용이나 경제성평가를 면제 받기 위해서는 일정 요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희귀질환에선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희귀질환 치료제나 희귀 항암제에 대한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도입된 상기 제도의 요건들이 조금 더 유연하게 적용돼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강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샤이어는 영국계 회사다. 희귀질환과 관련해 영국 NICE가 운영하는 제도 중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영국 역시 기본적으로는 비용효과성을 평가해서 가격을 부여하는 HTA(Health Technology Assessment)를 운영하는 국가로, 국내에는 이와 유사한 제도로 2007년 선별등재제도가 도입됐다.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치료제의 경우 약가를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위험분담제가 그렇다.
영국의 위험분담제는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는데 국내에선 위험분담제가 4가지 유형으로 정형화되어 적용이 어려운 희귀질환이 많다.
또한 국내의 위험분담제는 경제성 평가자료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한다. 경제성평가를 위해서는 비교약제가 필요한데,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비교 가능한 치료제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제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희귀질환 환자 발굴과 진단 툴의 개발 계획은 어떠한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희귀질환은 7000여종에 이르지만 이 중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5% 정도다. 샤이어는 매출의 75~80%가 희귀질환 치료제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연구개발에 있어서도 희귀질환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파이프라인의 70%가 희귀질환 분야다.
이와 관련 치료제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진단의 어려움과 전문가 부족도 중요한 사안이다. 때문에 진단 가능성과 편의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샤이어는 LSD 질환의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센토진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논의 중에 있다. 현재 센토진의 기술은 진단에 소요되는 기간이 짧고 고셔병과 파브리병(LSD 질환의 하위 질환)의 바이오마커 또한 추적할 수 있어 LSD 진단에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진단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환자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샤이어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정서적 지원 등의 서비스를 글로벌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샤이어코리아에서도 이러한 진단 서비스와 환자지원 서비스를 도입 준비하고 있다.
제품 공급과 관련 국내사와의 협력관계는 어떻게 진행되나.
-직접공급을 노력하겠지만 제품이 다양한 만큼 모든 제품을 샤이어코리아가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사업 수요에 따라 국내사와의 협력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파이프라인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사업 방향성과 관련성이 큰 제품은 직접공급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굳이 회수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LSD 질환 치료제는 2013년도에 국내사를 통해 도입했던 제품으로, 샤이어코리아가 공식 출범하며 앞으로 희귀질환 치료제를 많이 도입할 것이기에 직접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다국적사의 판권 회수 이슈와 관련해 샤이어와 SK케미칼의 사례가 언급되기도 하는데, 서로의 사업 수요가 맞아 원만하게 합의한 사례로 다른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다.
유한양행과 합의 하에 직접공급을 결정한 아그릴린 역시 같은 선상에 놓인다. 혈우병 치료제 공급과 관련해서는 녹십자와 계속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샤이어에서 추구하는 리더십은 무엇인가?
-샤이어는 큰 조직보다 작지만 강한 회사를 지향한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회사의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작지만 민첩한 조직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추구한다. 솔선수범하면서 직원들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직원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스트레스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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