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진의 부주의로 자궁내 태아 사망을 일으켰다며 금고형을 내린 산부인과 의사 사건이 전국에 있는 의사들을 뭉치게 만들었다.
2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에는 모인 의사들은 '자연분만 포기하고 제왕절개 하란거냐'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무과실 국가배상 소신진료 보장하라'라고 적힌 카드를 들었다.
궐기대회를 주최한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다르면 약 1000명(주최측 추산)의 의사가 집결했다.
김동석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오로지 산모와 태아, 두 생명을 지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전쟁터 같은 분만실을 24시간 지키고 있다"며 "자궁 내 태아사망을 사유로 분만의사를 교도소에 보내라는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는 더이상 의사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고 당장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의료현실을 무시하고 그 문제점을 묵인한 채 졸속 시행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궐기대회에는 현실을 규탄하는 국회의원의 참여도 잇따랐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은 "앞으로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진료과를 막론하고 일어날 수 있다"며 "돈이 문제가 아니다. 자존심이 너무 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대 국회의원이 된 후 산부인과 첫번째 민원이 무과실 의료사고 배상금을 의사가 분담하고 있는 문제였다"며 "고쳐져야 하는 악법이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불가항력 의료사고면 의사 과실이 없다. 과실이 없는 측이 분담케 하는 것은 법체계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가면서 산부인과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를 더 우대하고 소신진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방향이 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 역시 분만을 포기하는 환경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의사들이 진료현장에서 억울함과 분노를 느끼지 않고 보람과 가치를 느끼도록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회장은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홍 회장은 "분만과정 중 위급한 상황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판결"이라며 "진료보조 업무를 하는 간호조무사도 처벌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어 "분만환경 파괴를 가속화 시키는 판결"이라며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진료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간무협도 적극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인사들은 전문가 자존심을 찾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오랫동안 분만을 했다"며 "지금은 분만을 포기한 상태다. 분만 중 산모가 출혈이 있을 때, 태아가 이상 있을 것이라고 예견될 때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하고 생각한다. 그 이후 있을 문제를 생각하면 제명에 죽을 수 있을까는 생각도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동료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분만을 하고 있다"며 "산부인과 뿐만 아니라 중증진료하는 의사들은 모두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철저하게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생명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전문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의사도 인간이다.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사고는 의사 영역이 아니다"라며 "의료분쟁조정법이 조장법이라는 오명이 벗어나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를 그대로 원용하는 것을 언제까지 인내해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전문가 자존심을 찾고 우리모두 힘을 합쳐 투쟁하자"고 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 사퇴를 외치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노 회장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가수의 죽음을 이용해 독적점 권력욕에 의한 의사를 탄압하는 결정적 증거"라며 "환자를 대변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중재에 걸리면 감옥가기 무서워서 잘못된 중재에 응해야 할 상황"이라며 "중재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앞으로 모든 중재 절차에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결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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