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폐기된 법안이 다시 등장해 의료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신생아 출생신고를 부모 대신 분만 병의원이 하는 법안이 그 주인공이다.
12일 대한의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의협은 다섯 가지 이유로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안 반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 자유한국당 함진규 의원은 신생아 출생증명서 송부 의무를 의료기관에 부여해 아동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즉각 '황당 탁상행정 법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의협 역시 "19대 국회에서 상당 부분 내용이 일치하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며 "당시 미혼모의 사회적 문제와 의료기관에 대한 지나친 의무 부과 문제 등을 사유로 폐기됐다. 이를 다시 상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반대의 이유로 5가지를 들었다.
우선, 미혼모 및 혼외 자녀 문제 등으로 출생신고를 원치 않는 부모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협은 "의료기관이 관할관청에 출생 통지를 하면 출생신고를 원치 않는 부모들은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하게 돼 비의료기관에서의 분만뿐 아니라 자택분만, 해외분만 등 불법적 의료행위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생신고 누락 및 허위신고를 이유로 의료기관에게 출생증명서 송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지나친 의무 부과라고 했다. 출생신고는 국가가 수행해야 할 업무인데 아무런 비용 보전 없이 행정기관 업무를 의료기관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의협의 입장.
출생신고 누락으로 아동의 불법매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정부의 후속 조치나 적극적 홍보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 의료기관에 의무를 부과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도 했다.
의협은 "개정안이 통과된 후에도 출생신고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개인정보 관련 문제 등에 있어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며 "그 비용과 책임을 오로지 의료기관이 떠맡게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안 그래도 어려운 산부인과 경영난을 가중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마지막 이유는 산부인과의 분만 기피 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켜 산모와 태아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의협은 "산부인과는 터무니없이 낮은 분만 수가로 많은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추가적인 규제만 부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의료계에 대한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의협은 출생신고를 의료기관이 직접 하는 방법 대신 등장한 대안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프로그램과 연동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펼쳤다.
의협은 "부모 동의를 전제로 관할관청이 심평원에게 출산 관련 보험급여청구 정보를 직접 받아 이를 근거로 출생신고 의무자의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타당한 방향일 수도 있다"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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