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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방치된 '시니어 교수의 갑질'에 퇴보하는 의료

발행날짜: 2017-09-15 05:00:56
"같은 의사로서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이다." "다른 걸 떠나서 환자를 위해서도 바뀌어야 한다." "같은 의사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최근 대학병원 내 시니어 교수의 권위주의적 태도 소위 '갑질'에 대해 익명의 제보자들이 말미에 덧붙인 말이다.

충북대병원 한 젊은 임상교수가 선배 교수의 권위주의적인 행보를 견디지 못하고 사직한 사례에 이어 대학병원에 팽배해 있는 시니어 교수들의 다양한 갑질 사례까지 이를 제보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의료계의 미래를 염려했다.

일차적으로 의사 개인에게 타격이 있지만 더 문제는 의료의 발전을 저해하고 더 나아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우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병원 교수 한명당 많게는 100여명 가까운 환자를 커버하는 의료현실 속 의료진의 이탈은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특히 기피과 등 의료진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당장 최근 사직한 충북대병원 젊은 외과 교수만 보더라도 그가 전담했던 소아외과 분야는 당분간 의료공백이 불가피하다.

전국적으로 의료진 수가 적은 전공과목의 경우 해당 지역 대학병원급 의사 한명의 사직은 의사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의료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전언이다.

한편으로 의사 개인만 보면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직하면 그만이지만 그 자리에 남겨진 환자들의 피해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또한 후배 의사를 양성하기 보다는 잡무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고 최신 술기를 차단하고 수술 실적을 가로채는 등 앞날이 창창한 젊은 교수의 발목을 잡는 행태는 사실 의료계 전체의 손실인 셈이다.

의사 한명을 양성하려면 간단히 계산하더라도 의대 6년, 인턴·레지던트 5년 합치면 10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특히 세부전문의는 적어도 15년 이상이 걸려 양성되는, 말 그대로 전문인력이다.

익명의 제보자들이 말했듯 이런 전문인력을 퇴보하게 만드는 '갑질 문화'라면 의료계 뿐만 아니라 국민, 사회를 위해서도 시급하게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마침 최근 교육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이 뜨겁다. 기획재정부도 의과대학 임상교수 정원만 책정하고 나몰라라 할 게 아니라 말로만 정규직인 젊은 교수들의 처우도 챙겨야 할 때다. 바야흐로 정규직 전환과 갑질 문화 퇴출이 대세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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