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계약제 도입 이후 대만 의사들의 연봉이 20년째 동결 상태다. 가능하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도입을 막거나 최대한 지연시키기를 바란다."
대만의사회 Yi-Lien LIU 사무부총장은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대만 총액계약제의 경험과 교훈 토론회에서 한국의 의사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Yi-Lien LIU 부총장은 "대만이 1995년 전민건강보험을 도입한 이래 2013년 2세대 전민건강보험제도 도입으로 99.6%의 의료서비스가 총액계약제로 전환됐다"며 "현재 대만 인구의 99.9%가 전민건강보험제도에 가입돼 있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더욱이 대만 의료는 민간중심의 보건의료체제이지만 개방병원 체계가 전무하고 게이트 키퍼도 없어 아무런 통제없이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며 "통계적으로도 국민 한사람당 평균 15번 외래를 방문하며 OECD국가 중 최초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국민이 가입한 단일 보험체제 속에서 총액계약제를 도입하고 환자들의 의료이용은 점점 더 늘어나면서 이러한 부담이 온전히 의사들에게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만 의료시스템은 극명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국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반면 의사들의 만족도는 점점 더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만족도는 85.8%에 달하지만 의사들의 만족도는 30.2%로 조사된 것.
Yi-Lien LIU 부총장은 "그나마 정부가 주도한 설문조사이기에 의사들의 만족도가 30%까지 나왔지 실제적인 만족도는 10% 미만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제 동료들을 봐도 모두가 심각한 불만족 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러한 총액예산을 결정하는 구조조차 의사들에게 불리한 구조로 형성돼 있어 대만 의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전민건강보험회의 구성 자체가 소비자 18명에 의사 9명으로 불평등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Yi-Lien LIU 부총장은 "정부는 협상이 가능한 공평한 구조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모든 협상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결정짓게 된다"며 "하지만 이 구조 자체가 18대 9로 사실상 협상이 불가능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결국 환산지수가 1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로 인해 환자 치료를 위해 100달러를 지불하고도 90달러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환자들은 적은 돈을 내고 많은 서비스를 받고 의사들은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Yi-Lien LIU 부총장은 대만 의사들의 임금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의료이용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지만 총액은 계속해서 통제가 이뤄지면서 결국 의사들의 임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Yi-Lien LIU 부총장은 "의료이용량은 증가하고 총액 예산 산정은 불리한 구조로 운영되면서 병원이 점점 더 공장화되고 진료시간을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그러고도 대만 의사들의 연봉은 20년째 멈춰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따라서 그는 만약 우리나라 정부가 총액계약제 도입을 추진한다면 이를 막거나 안되더라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이에 대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만약 준비와 협상없이 총액계약제가 도입되면 대만 의사들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다.
Yi-Lien LIU 부총장은 "대만의사회 입장에서 만약 한국에서 총액계약제 도입을 추진한다면 최대한 지연시키고 가능한 늦게 도입할 것을 충고한다"며 "또한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많은 연구와 토의를 통해 상당히 구체적이고 전향적인 협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우선 총액 예산에 대한 공평하고 공정한 협상 기구를 만들고 이를 관리 감독하고 심사하는 단체에게 심사의 실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많은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충고인 만큼 충분히 검토하며 대비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들은 모두 대만의 사례에 주목하며 총액계약제 논의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했다.
김병관 대한병원협회 상임이사는 "의료전달체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 지불제도를 전환하고 총액계약제를 도입한다면 중소병원들은 큰 위기감에 봉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운 대한개원의협의회 법제부회장은 "공단과 심평원이 강력하게 의료비를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총액계약제 논의는 더 의사들을 옭죄겠다는 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료계가 아직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제도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당장 제도를 도입할 수도 없을 뿐더러 계획조차 없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먼저 총액계약제 논의를 꺼내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의협에서 정부가 총액계약제를 도입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복지부 입장에서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며 "준비도 안되어 있고 검토도 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전혀 계획을 세워놓지 않은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아울러 그는 "마치 의협이 가상의 적을 임의로 만들고 이를 공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학술적인 면에서 전문가들간에 논의를 나눌 수는 있다고 보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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