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함.' 이는 '상근'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다.
이 의미를 심사에 그대로 적용해 삭감하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행태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병원의 특수성을 감안해 상근의 개념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재판장 배기열)는 최근 서울 A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 삭감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1심을 유지했다. 심평원은 상고를 포기했다.
심평원은 A병원을 현지조사한 후 영양사 근무형태가 비상근이기 때문에 약 6개월치의 식대가산금 청구비에서 선택식단, 영양사 가산을 삭감했다. 삭감액은 1885만원에 달했다.
상근의 개념은 1주일 5일 이상, 40시간 이상인데 A병원의 자료만으로는 영양사 가산과 선택식단 가산을 인정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실제 A병원은 2명의 영양사를 고용하면서 탄력 근무를 실시하고 있었다. 2주 단위의 반복되는 형태로 번갈아가며 근무시간을 운영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 주는 3일(27시간), 한 주는 5일(48시간)을 일하는 형태였다.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도 업무 형태에 따라 근로자 동의하에 근무시간 및 휴게시간을 조정,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A병원은 "탄력 근무를 한다고 해서 상근에서 배제될 근거가 없다"며 "근무조건이나 근로형태, 요양기관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상근 영양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심평원은 "영양사의 상근여부는 상근에 관한 사전적 정의를 고려해야 한다"며 "영양사의 업무와 밀접한 조리사의 근무는 1일 8~9시간, 1주 6일 동안 이뤄지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영양사 근무 형태가 상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 "병원 특수성 고려해 상근 해석 유연하게 적용해야"
1심과 2심 법원은 A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심평원의 삭감 처분을 취소한 것. A병원이 고용한 2명의 영양사 모두 상근 직원을 보는 게 맞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영양사들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A병원 다른 근로자와도 일치한다"며 "비록 2주 단위 탄력적 근로를 해 일별, 주별 근무시간이 매번 같지는 않았지만 실제 근로시간이 병원 정규 진료시간에 근무하는 근로자와 차이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양사가 입원 환자의 삼시 세끼를 모두 관리하려면 오전 식사 준비를 6시 30분부터 저녁식사 준비를 마칠때까지 총 10시간 30분을 근무해야 한다"며 "주 5일 40시간의 근로를 제공해야만 상근에 해당한다면 토요일 및 공휴일이나 세 끼의 식사 중 일부는 영양사 없이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입원 환자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삼시 세끼를 영양사 관리하에 제공토록 하기 위해 복수의 영양사에게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해 근무하게 하는 경우 병원 특수성을 고려해 상근성을 다소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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