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외상센터 활성화를 위해 검토 중인 외과계 전공의 수련 방안의 시행 가능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어 복지부가 고민에 빠졌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가 최근 전국 외상센터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외과계 전공의 수련 방안을 논의했으나 참석자 대다수가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박능후 장관은 지난 1월 권역외상센터 추가 지원 관련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이국종 교수를 만나 직접 현장의견을 듣고 답변을 준비했다"고 전하고 "궝역외상센터 의료수가 인상 등 수가부분 개선과 인건비 기준액 지속적 인상, 전문의 수 연차적 확대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특히 외상센터 의료인력 부족사태 관련, "무엇보다 의료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학회와 논의해 외과계 전공의는 일정기간 권역외상센터에서 수련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외과계 레지던트 과정의 외상센터 의무화를 시사했다.
박 장관의 대국민 답변에 전공의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복지부는 공식적인 입장은 자제하고 있으나 박 장관 답변 내용 일부에 오해소지가 있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박 장관의 답변 본질은 전공의 정원 배정 원칙에서 출발했다.
일례로, 외과학회 레지던트 정원 배정 기준인 수련병원 지도전문의 수에 외상센터 소속 외상외과 전문의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외과 수련과정 중 외상센터 일정 수련은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외상센터를 설치 운영 중인 수련병원 대부분이 외상외과 전문의 수를 합쳐 외과 전공의 정원을 신청했으니 외상센터 수련근무가 당연한게 아니냐는 의미다.
의료계 내부에서 문제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복지부가 외상센터 간담회를 소집하고 진화에 나섰다.
의료인력이 시급한 외상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셈이다.
하지만 외상센터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의료인력 부족을 보완하겠다는 복지부 취지는 공감하나 외과계 전공의 일정 수련은 현장과 부합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24시간 대기하며 생명과 사투를 벌이는 외상센터 특성 상, 전공의들의 진료범위 설정도 모호하고, 몇 개월 단기 수련이 외상센터와 전공의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참석한 외상센터 관계자는 "복지부가 청와대 답변을 통해 외상센터 관심을 표명한 것은 감사하나, 외과계 전공의 수련은 현장과 동떨어진 조치"이라면서 "외상센터 소속 외상외과 전문의들이 외과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되겠느냐'는 부정적 의견이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과 미달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상센터 단기 수련은 병원과 전공의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과 전공의 1명인 수련병원에서 외상센터까지 수련하면 수술장 등 다른 부분은 누가 담당하느냐"고 전하고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인센티브 등 외상센터 인력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장관이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되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외상센터 인력 부족을 전공의로 채우겠다는 뜻으로 비치면서 학회도 전공의들도 화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복지부 부서별, 청와대와 커뮤니케이션 오해인지 공무원들도 답답해하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복지부는 어떤 식이든 의료계와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 입장은 명확하다.
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은 "해법은 박능후 장관의 발언 철회 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기피현상으로 외과계 전공의들이 환자안전을 지키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누구를 어디로 파견 보낸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안 회장은 "전문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는 청와대와 복지부 모습은 한편의 코미디 같다"면서 "전공의 정원 배정에 외상외과 전문의가 지도전문의에 포함됐더라도 수련과정 개선을 위한 외과학회와 논의 선행이 먼저다.복지부가 협의를 요구해도 박 장관 발언 철회 입장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기대를 걸었던 외상센터까지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뾰족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상센터 간담회 이후 외과계 학회와 전공의협의회와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현장 의견을 청취해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청와대와 복지부 담당부서 그리고 박 장관 모두 현장을 무시한 오만함이 빚어낸 웃지 못할 '촌극'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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