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건 이 후로 대형병원들이 경직된 직원 문화 개선과 자체 의료질 향상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고대구로병원 박홍석 적정진료관리부장(비뇨의학과·사진)은 21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자리에서 병원안전문화 확립을 위해 도입한 HRO(High Reliability Organization, 고신뢰조직) 활동에 대한 계획을 설명했다.
HRO 활동은 원자력발전소나 미항공우주국(NASA) 같이 사소한 실수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복잡한 조직에서 도입하고 있는 위험관리시스템을 말한다. 실수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함으로써 실수를 분석 및 예측하고 사고에 대비하는 체계.
이러한 HRO 활동은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는 고대구로병원이 최초로 도입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이 같은 시스템 도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 박홍석 적정진료관리부장의 설명이다.
박홍석 적정진료관리부장은 "주변 병원에서 환자안전에 문제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현장 근무자들이 규정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며 "병원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규정만 갖고 위험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고대구로병원이 도입한 HRO 활동의 특징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것은 중간관리자의 책임 및 적정한 권한을 부여함과 동시에 질 향상 및 환자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돌입했을 때 적극 지원하는 데 있다.
박홍석 부장은 "JCI나 의료기관 인증 가지고는 부족함을 느꼈다. 해당 규정은 모두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내려온다"며 "규정을 만들고 그 실행기준까지 마련되면 지킬 게 많아지고 결국 규정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HRO 활동은 이러한 관리자 중심 보다는 현장 중심의 바텀업(bottom up) 방식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이다. 현장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중간관리자가 실수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라며 "미리 실수를 예측, 대비하고 실현 가능한 규정을 마련, 실천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HRO 활동을 위해 고대구로병원 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각 부서가 질 향상 및 환자안전과 관련된 지표를 만들 경우 지표 마다 각각의 예산을 투입하는 동시에 위험관리 우수부서는 매년마다 병원 자체에서 시상하기로 했다.
박 부장은 "각 부서가 환자안전을 위해 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할 경우 지표마다 5만원이었던 지원금을 40만원까지 확대했다"며 "지표를 많이 만들고 활동할수록 지원금은 더 많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고대구로병원은 HRO 활동은 의료사고 발생 시 처벌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부장은 "HRO 활동은 환자안전을 위해 병원문화를 바꾸자는 운동이다.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 후로 직원들이 자칫 실수를 할 까 걱정한다"며 "실현 가능한 규정을 만들고, 의료진을 범법자로 만들게 아니라 그 규정을 지켰을 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HRO 활동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계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며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해당 실수가 재앙으로 가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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