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청와대 파견에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파격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 정제혁 기술서기관(43, 의사)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임상연구과장에 내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인허가와 임상시험관리기준 및 의약품 적정사용 기준 등에 필요한 실무업무를 담당하는 식약처 산하 기관이다.
복지부 의사 출신 정제혁 서기관이 청와대에 이어 식약처 임명이 유력한 상황이다. 복지부 근무 시 평소 독서를 즐기는 그가 인터넷 서적으로 구입한 도서.
정제혁 서기관은 동아의대를 졸업한 내과 전문의로 복지부 공중보건의사 근무를 계기로 보건사무관으로 입사해 보험급여과와 의료자원정책과, 질병관리본부, 국립동해검역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국립동해검역소장 재직 5개월 만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픽업돼 주목을 받았다. 복지부 공무원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근무한 전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제혁 서기관은 청와대 근무 1년째인 지난 6월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장에 임명됐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식약처 문을 두드렸다.
지난 6월 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임상연구과장 공개모집에 응시해 사실상 임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독성평가연구부 소속 임상연구과는 의약품 인허가 평가기준 마련의 싱크탱크 부서로 의약품 안전성 및 효과 예측 기술 연구, 환자 및 의료진 대상 맞춤형 의약품 안전정보 마련, 평가원 생명윤리위원회(IRB) 운영 등을 담당한다.
정제혁 서기관의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뉜다.
소위 약사 공화국으로 불리는 식약처에 복지부(질병관리본부 포함) 공무원이 인사교류 차원의 과장직 이동은 있으나 자원해서 산하기관에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청와대와 복지부가 약사 중심인 식약처에 의사 출신의 기획력과 추진력을 지닌 잘나가는 서기관을 배치하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식약처 본부 인원 580여명 중 약사가 300여명인 반면, 의사는 10명 이하에 불과하다. 산하기관도 대부분 유사한 상황이다.
다른 시각은 승진을 위한 교두보라는 지적이다.
청에서 처로 승격되면서 복지부에 비해 인사가 자유로운 식약처 특성상 기술서기관에서 부이사관으로 승진해, 복지부에 국장급으로 컴백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미다.
하지만 진중하고 소탈한 정제혁 서기관의 특성상 인사를 위해 식약처를 선택했다는 시각은 확대 해석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복지부 한 공무원은 "복지부 서기관이 식약처 산하기관 과장 공개모집에 응시한 자체가 이례적이다. 현 정부에서 잘나가는 서기관이 청와대에 이어 식약처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오더를 받은 것인지, 인사 문제인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공무원은 "복지부 본부의 인사적체를 감안해 식약처 산하기관에서 1~2년 근무하다 국장급 승진해 복지부에 복귀하지 않겠느냐"면서 "공무원은 상급자의 인사에 따라 움직이는 바둑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원 관계자는 "현재 임상연구과장이 공석으로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 직전 2명 과장 모두 의사 출신"이라면서 "공개모집에서 복지부 출신 의사 공무원이 과장으로 오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당사자인 정제혁 서기관은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말을 아끼면서 "인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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