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IT 그룹인 카카오가 각 대학병원을 비롯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료산업에 손을 뻗으면서 의료계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과거 진료 중심의 의료산업의 틀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막대한 빅데이터가 사기업으로 집중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는 것.
4일 병원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의료산업 진출 포문은 국내 최대 의료기관인 서울아산병원과의 MOU로 열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서울아산병원의 지주사격인 현대중공업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
합작회사인 가칭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는 서울아산병원을 중심으로 전자의무기록(EMR)과 임상시험 정보, 환자들의 예약 및 상담 내역 등을 빅데이터로 엮어 의료산업의 기반이 되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1년 내원 환자수만 100만명에 육박하는 서울아산병원의 막대한 정보를 활용해 향후 산업화 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을 만드는 셈이다.
이같은 대규모 사업 외에도 카카오의 의료산업 진출은 점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야 하는 병원과 데이터에 목마른 카카오의 수요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이유다.
강북삼성병원도 최근 카카오와 챗봇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연간 45만명에 달하는 강북삼성병원 환자들의 정보를 축약해 예약부터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강북삼성병원과 카카오는 대화 엔진을 통해 카카오톡 채팅창에서 실제 대화하듯 검진 프로그램을 비롯해 병원의 서비스 조회와 예약, 자신의 진료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AI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비단 대학병원들과의 협력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이미 여타 의료산업 기업들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의료소비자들 속으로 깊이 들어오고 있다.
비브로스와 카카오가 공동으로 구축한 '카카오톡 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톡 사용자가 증상을 입력하면 병원에 자동으로 접수가 되는 기능을 담고 있다. 또한 의사랑과 U차트 등 국내 주요 전자차트와 연동돼 환자 현황 정보 등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이처럼 카카오가 44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 중에서 의료소비자를 타겟으로 하는 의료산업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일각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 모델로 인한 의료산업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빅데이터의 불안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이유다.
우선 이렇게 카카오 그룹의 IT망을 활용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긍정론이 우세하다. 의료 IT와 AI는 피할 수 없는 물결이라는 점에서 선점을 위해서는 한발 앞선 도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A대학병원 보직자는 "AI와 IT를 접목한 의료서비스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큰 물결이 됐다"며 "선도적 입장에 서자면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와 달리 암호화 기술을 비롯한 보안 시스템이 상당한 수준이 이르렀고 관련 법으로 이러한 정보들이 모두 보호받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에서 지적하는 문제들은 오히려 산업의 발전을 막는 기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의료산업에 대한 일선 병원의 한계론도 나오고 있다. 의료가 산업구조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협업외에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B대학병원 보직자는 "병원의 힘 만으로 의료 IT와 AI에 대응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자본력이 부족한 것은 기본이고 인프라에 대한 노하우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세계적인 굴지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의료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시점에 대학병원만의 힘으로 이에 대응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정부 차원의 막대한 투자가 없다면 결국 코웍 밖에는 선택지가 없는 셈"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막대한 의료정보가 기업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은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일단 정보가 넘어가고 나면 그 후에 그것이 어떻게 활용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지적.
특히 카카오 그룹은 이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각종 빅데이터를 활용한 택시, 대리운전, 미용실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정보들이 타겟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다.
의료 IT 사업을 맡고 있는 C대학병원 교수는 "결국 커스터마이즈(환자 맞춤형) 서비스의 기본은 데이터"라며 "인터넷 쇼핑이나 포털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찝어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더 많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있을 수록 압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이러한 정보가 일반적 소비자가 아닌 환자의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라며 "아직 AI 등 의료 IT가 초창기 수준이라 과연 어디까지, 얼마나 정보를 모으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컨센서스(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추후 어떠한 사회적 문제가 생겨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불안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한 면에서 이러한 의료산업의 생태계를 구성하는데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결국 이를 구성하는데 있어 정부의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가 공공적 영역에 포함돼 있는 다소 폐쇄적인 의료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며 "그만큼 환자와 질병 빅데이터는 상당히 희소가치가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수요는 많고 공급은 묶여 있으니 결국 우회로로 이러한 데이터들이 움직이게 되고 결국 공공적인 영역들과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생태계"라며 "이러한 충돌과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결국 정부가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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