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회사와 의료기관간에 수리비 부담에 대한 약정이 없다해도 임대 기간 중 고장에 대해서는 민법상 병원이 배상 의무를 져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의료기기를 임대해 줬지만 수리비와 임대료를 받지 못한 회사가 의료재단을 대상으로 제시한 장비 임대료 등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수리비를 지급하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의료기기 사용 계약에 수리비 약정이 없었다 해도 민법상 반환 의무를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약정이 없는 이상 물어줄 필요가 없다는 1, 2심 판결을 모두 뒤짚는 결정이 나온 것. 하자와 보수에 대한 부분은 임차인의 의무로 봐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21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5년 A회사가 DNA칩과 검사 장비를 월 70만원에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B의료재단에 이를 납품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소 2만 4천T이상 구입하기로 한 계약에도 불구하고 의료재단은 1만 8588T만 구매했고 결국 회사는 계약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한 이에 대해 B의료재단이 A회사가 장비를 제대로 수리해주지 않아 최소 구매 수량을 미달했다고 주장하자 이에 대한 수리비도 함께 청구했다.
이에 대해 1, 2심 재판부는 최소 구매 계약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서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손해배상을 주문했다.
하지만 수리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수리비 부담에 대한 계약이 없는 이상 이를 의료재단에 부과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비록 수리비 부담에 대한 계약 내용이 없다고 해도 사회통념상 임대인의 의무를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원심에서는 장비 고장을 수선하지 않으면 계약에서 명시된 장비 사용에 문제가 있는 만큼 A회사가 수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며 "의료재단이 수리비를 부담하는 약정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지만 이러한 판단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못박았다.
민법 제374조와 654조를 보면 임차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해 임대차가 종료하면 목적물을 원상 회복해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임차인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임대 물건이 고장났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당연히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데 대한 손해배상을 지는 것이 사회 통념과 민법의 취지라는 설명.
대법원은 "A회사가 수리비를 청구한 것은 민법상에 명시된 반환 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의 성격으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원심은 과연 의료재단의 잘못으로 기계가 고장난 것인지 불가항력 문제로 봐야 하는 것인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마치 A회사가 고장에 대한 증명 책임이 있다고 보고 수리비 청구를 완전히 배척했다는 점에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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