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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병원장의 호소 "종병 이후 전문의 사직 20% 급증"

이창진
발행날짜: 2019-08-16 06:00:57

상급종합병원 간판 떼자 중증환자도 서울로 이동
"지역 병의원 위기감 고조" 울산 진료권역 분리 거듭 주장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왜 지정했는지 원칙에 따라 옥석을 가려야 한다. 중증환자 치료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울산대병원 정융기 병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은 지난 14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논의 중인 제4주기(2021년~2023년)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울산대병원 정융기 병원장은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울산 지역 진료권역 분리 등 제4주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의 올바른 개선을 주문했다.
이날 정융기 병원장은 의료기관정책과(과장 오창현)와 미팅을 갖고 상급종합병원 지정 관련 울산대병원 및 울산지역 의료계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울산대병원은 제3주기(2018년~2020년)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탈락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격하됐다.

정융기 병원장은 "얼마전 울산시의사회 임원진과 6개 지역 종합병원 원장들이 울산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 필요성을 기자회견했다. 단순히 울산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울산 지역 병의원 모두 못살겠다는 이야기 나오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 부재에 따른 지역 의료계 현실을 피력했다.

그는 "동일한 진료수가로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면서 지역 의료계 질서도 혼탁해졌다. 울산 지역 병의원이 대학병원과 경쟁에 따른 경영적 위협과 서울 대형병원으로 중증환자 유출에 따른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정융기 병원장은 종합병원 격하 후에 발생한 울산대병원의 어려움을 가감없이 전했다.

2018년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 전환 후 울산대병원 전문의 사직률.
그에 따르면, 울산대병원(970병상)의 2018년 평균 입원환자 수가 817명에서 2019년(7월 현재) 792명으로 감소했으며, 월평균 암 수술 건수도 196건에서 183건으로 각각 줄었다.

반면, 서울 대형병원 환자 이동에 따른 암 슬라이드 대출 건수는 2015년 441건, 2016년 533건, 2017년 618건에서 2018년 774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내려온 후 전문의 사직률은 2015년 3.6%(7명), 2016년 9.7%(20명), 2017년 18명(8.2%) 그리고 2018년 19.8%(44명), 2019년 16.7%(38명) 등으로 대폭 늘어났다.

정융기 병원장은 "작년부터 외래 경증환자는 늘었지만 입원 중증환자는 현격하게 줄었다. 의무기록 요청자료는 급격히 늘었다"라면서 "상급종합병원 진료권역 중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묶여 있지만, 울산 지역 중증환자들이 부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 대형병원으로 간다는 것이다. 부울경 자체가 지역 환자의 의료소비와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대병원이 종합병원으로 격하 후 입원환자와 암환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암슬라이드 대출 건수는 증가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일 때는 전문의 사직률이 8~9%대에서 종합병원 이후 20% 가까이 늘었다. 전문의 처우는 좋아졌지만 상급종합병원 탈락 후 자부심이 떨어졌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울산대병원은 기존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고 올바른 개선을 주문했다.

정융기 병원장은 "지난 3주기 떨어진 이유는 의사인력과 교육 점수다. 의사인력의 경우, 전문의 수가 아니라 전공의와 기초교수 수가 적다는 이유다. 당시 울산대병원은 상급종합병원 42곳 중 중위권이었다"면서 "제4주 지정기준이 논의 중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직 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하고 울산지역 진료권역을 분리해야 한다. 100만명 광역시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중증환자를 서울로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융기 병원장은 "오늘 복지부는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복지부 답변은 모호하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말만 들었다"면서 "상급종합병원 역할은 중증난치성 환자 치료로 중환자실 역할이 중요하다. 울산대병원 전체 970병상 중 100병상이 중환자실이다. 단순한 등급보다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병원의 의지를 지정기준에 반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울산시의사회와 울산 종합병원장들은 최근 중증환자 서울 이동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울산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정융기 병원장은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왜 지정했는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경증환자는 1~2차 의료기관에,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해야 하고, 지역 내 거점병원을 육성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울산 지역 의료기관 외래 환자 수가 위축돼 문전약국 경영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본다"면서 "지역별, 병원별 목소리가 섞여 있지만 옥석을 가려 원칙에 맞게 지정기준 개선 등 현명한 정책 추진을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등과 논의를 거쳐 서울의대 김윤 교수의 연구용역 결과를 일정부분 반영해 8월말 서울에서 제4주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안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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