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일명 약학정보원 사건이라 불리는 처방정보의 무단 수집과 이용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있었다. 결론은 의사 및 환자의 개인정보가 침해는 되었으나 비재산적 손해가 없었다는 이유로 1심과 동일하게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관련된 형사사건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법조인으로 판결문을 분석해 보니 의문점이 생겼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사건의 핵심당사자는 약학정보원이 아니라 한국 IMS라는 회사다. 미국 IMS의 한국 지사인 듯하다.
미국 IMS는 1957년부터 처방정보를 약국에서 수집하여 제약회사나 보험사 등에 제공하고 수익을 얻고 있는 오래된 회사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처방정보나 환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하여 필요한 기업에 파는 정보사업을 벌이는 기업들이 많다.
아마 우리나라에도 이런 형태의 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있을 것이다. 자그마한 회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미국 IMS의 2015년 매출은 29억 달러에 이른다. 그럼에도 이런 정보판매 기업들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환자의 병력과 관련된 정보나 의사의 처방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 정상인가.
판결문은 처방전에 포함된 환자식별정보의 암호화 정도에 따라 환자 개인정보를 침해하였는지에 대해서만 판단을 하고 있는데 실제 회사가 원하는 것은 특정 질병에 대해 의사가 어떤 약을 얼마나 처방하였는지다. 사실 약학정보원은 PM2000이라는 약국 프로그램을 약국에 제공해주고 약사로부터만 동의를 받고 처방정보를 한국 IMS에 넘겨주는 대가로 연간 3억 이상을 받아온 것이다.
현행 법률로 의사의 처방정보는 지적재산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고, 노하우(know-how)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의약분업이라는 제도 때문에 약국에 보내지는 처방정보를 이용해 왜 약학정보원은 3억 이상을 매년 벌고 이를 가공한 한국 IMS는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리는가.
같은 문제는 개원의들이 사용하는 차트프로그램 회사에서도 일어난다. 개인적으로 환자의 의료정보에는 환자의 개인정보는 물론 의사들이 생성한 정보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를 이용하여 수익을 올리려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반드시 받는 것은 물론 수익의 일정 부분은 환자 및 의료인에게 지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판결문에서는 회사의 행위를 통계작성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단순한 통계작성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2017년 미국에서는 인간 대상 임상 연구에 관한 법률인 Common Rule이 개정되어 개인의 생체시료가 비식별조치 되었더라도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었다면 생체시료의 대상인 개인과 상업적 이익의 공유여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된 점도 고려할 만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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