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경 사유를 검토했다는 근거없이 최고 한도로 행정처분을 내렸더라도 그 대상이 부당청구에 관한 것이라면 재량권을 넘어섰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판결이 나왔다.
기계적으로 최고 한도로 처분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모호한 상황이라면 그 처분의 이유와 취지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고 한도의 영업정지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A의료기관 원장이 제기한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를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짚었다.
10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현지조사를 통해 필요인력 확보에 따른 보상제 산정기준 위반 내용을 적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A의료기관에 3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고 이 병원 원장은 감경 사유를 검토하지 않고 최고 한도의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감경의 요건을 검토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1심 재판부는 "복지부 장관이 이 의료기관의 업무 정지 처분을 내릴때 재량권을 행사했다는 것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이렇게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업무 정치 처분을 내린 것 또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량권을 행사했다는 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위반 내용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2심 재판부는 "복지부내에는 행정처분의 적정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 사건이 심의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는 복지부가 적정성과 합리성을 검토해 회부할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하면 복지부가 아무런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최고 한도로 처분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A의료기관이 행정 처분의 대상이 된 것이 허위 청구라는 점에서 재량권이 제한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고법의 판단이다. 허위 청구 자체가 이미 감경 사유에서 배제된다는 것.
2심 재판부는 "구 의료급여법 시행령에 따르면 감경 배제 사유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며 "이는 속임수에 이를 정도의 허위 청구에 대해 감경을 배제하는 ㄱ서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따라서 복지부가 이를 속임수에 이를 정도의 허위 청구인지를 검토했다면 최고 한도의 처분을 내렸다고 해서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일탈했다고 섣불리 판단할 순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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