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팩트체크]중국·국내 완치 사례로 새 치료 옵션으로 부각 효과 논란은 임상 설계 디자인에서 기인…"태생적 한계"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혈장요법을 이용한 코로나19 감염 완치 사례가 나왔다. 방역 당국도 조만간 코로나 치료와 관련 혈장 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고 밝히면서 치료 기전 및 효과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혈장치료 요법이 시행됐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수차례 신종 감염병 사태에서 적용된 만큼 이제는 보다 효율적인 사용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혈장요법의 작용 기전 및 치료 방식을 둘러싸고 효용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정리했다.
▲혈장요법, 완치자의 항체로 바이러스와 싸워
백신은 예방효과만 가질 뿐 실제 바이러스 감염 이후에는 효과가 없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는 렘데시비르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도 바이러스의 증식 억제와 이에 따른 증상 완화 등 대증요법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바이러스에 직접 대항해 싸우는 기전의 치료제는 없다는 뜻.
반면 혈장요법(혈장치료)은 바이러스 감염 후 완치된 사람의 면역력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완치자의 혈장에는 바이러스 감염후 회복 과정에서 형성된 항체가 존재한다. 이런 혈장을 채취해 중증의 감염자에게 투여하면 완치자의 항체가 중증 환자의 몸속에서 바이러스와 대항해 싸우게 된다.
이론상으로는 이미 동종의 바이러스를 경험한 항체는 항원을 쉽게 인식하거나 대량의 대항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바이러스로 인한 증상 완화 및 치료 기간 단축을 기대할 수 있다. 딱히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신종 감염병에서 환자가 중증에 이른 경우 혈장요법이 최후의 옵션으로 시행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FDA와 이달 1일 한국도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된 사람들에서 채취한 혈액 제제를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한 바 있다. 이미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 독감 등 신종 바이러스 확산 사태에서 시행된 바 있기 때문에 안전성은 어느 정도 확보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
최근 중국에서 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데 이어 국내에서도 완치 결과가 나왔다.
▲혈장요법 효과는? "모두 완치"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팀이 위중한 코로나19 환자 두 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대한의학회지)에 6일 게재됐다(doi.org/10.3346/jkms.2020.35.e149).
이번 연구는 한국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치료하기 위해 완치자 혈장을 사용한 최초의 보고서다.
환자 A씨(71세, 남)는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 악화를 나타냈다. 호흡 속도는 분당 30회 이상(정상 성인의 경우 20회 이하)으로 흉부 X-ray 검사에서도 양쪽 폐 모두 심각한 폐렴 증상을 보였다. 염증수치를 나타내는 C-반응성단백(CRP)의 경우 172.6mg/L(정상은 8mg/L 미만)까지 상승했다.
환자 B씨(67세, 여)의 이송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24회, 산소포화도는 93%(일반 평균 95% 이상)로 확인됐다. 면역결핍(림프구감소증)과 함께 CRP 역시 314mg/L까지 상승해 말라리아·에이즈 치료제 및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불구하고 림프구감소증이 지속되고 바이러스 농도는 증가했다.
연구팀은 완치자의 혈장 500ml를 각 환자에게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고, 동시에 스테로이드 치료도 시작했다. 이후 림프구 수치 회복 및 바이러스 농도 감소, CRP 수치 정상 회복 등을 거쳐 퇴원했다.
중국 전염병국립임상연구센터 소속 Chenguang Shen 교수 등이 진행한 중증 환자 대상 혈장요법 연구(doi:10.1001/jama.2020.4783)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및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을 가진 5명의 환자들은 혈장 투여 후 3일만에 4명이 정상체온을 회복했고 폐의 산소화 능력 상승, 바이러스 농도 감소 등이 나타났다. 5명의 환자 중 3명이 퇴원(입원 기간 : 53일, 51일, 55일)했고, 2명은 혈장요법 이후 37일만에 안정 상태에 접어들었다.
▲긍정적인 결과 혈장요법, 미검증 논란 이유는?
이미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 독감 등 신종 바이러스 확산 사태에서 시행됐고 별다른 부작용을 보이지 않은 만큼 혈장요법에 대한 안전성은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평.
문제는 효과다. 한쪽에서는 효과가 검증됐다는 주장인 반면, 다른 한쪽은 의학적으로 아직도 검증 필요성이 남았다는 입장이다.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논란의 원인은 혈장요법이 시행된 임상적 환경에서 기인한다.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 및 절박한 중증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까닭에 적절한 통제변인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대다수다.
혈장요법만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감염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야 한다. 혈장요법 단독 시행군, 혈장요법+항바이러스(대증요법)제 투약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군 이렇게 나눠 임상적 유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규모 임상을 장기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사례들을 보면 대상자가 5명, 2명에 불과하거나 그나마도 타 요법과 병용되거나 요법시행 전 다른 치료제를 투약했기 때문에 정확히 혈장요법의 효과로 '완치'라는 결과가 나타났는지 선후 인과를 따지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번 국내 혈장요법 연구를 주도한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는 "스테로이드 치료와 혈장요법이 함께 시행됐기 때문에 이런 완치 사례가 혈장요법 단독의 결과라고 주장할 수 없다"며 "이런 연구는 그 위중성 때문에 여러 약제가 동시 투여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히 어떤 치료의 효과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지 알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스테로이드는 염증 완화 작용만 할 뿐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는 없기 때문에 같이 시행된 혈장요법 이후 바이러스 농도가 떨어졌다면 이를 혈장요법의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의 주요 요지는 치료제가 없는 급성 바이러스 감염에 혈장요법이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에볼라 확산 사태 당시에도 혈장요법 투약군과 비투약군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바 있지만 의료윤리상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혈장요법의 효과 논란은 임상 설계가 가진 태생적 한계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혈장요법 지침 만드는 방역 당국, 과제는?
혈장요법이 유일한 수단이거나 확실한 치료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는 남는다. 기증자의 혈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혈장 투약의 우선순위 선정부터 혈장 채취자의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의학적 근거가 여전히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도 다뤄야할 부분이다.
방역 당국이 혈장요법의 가이드라인 작성에 착수한 만큼 세부 규정을 통해 명확한 지침이 나와야지만 일선 임상 현장의 혼란 및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최준용 교수는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서는 진단검사의학회 쪽에서 기여할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한정된 혈장을 어떻게 효율적, 혹은 효과가 나타날 환자에게 투약할지 그런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취자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혈장요법의 효용이나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며 "특정 채취자와 수여자의 적합도 등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혈장요법의 효과와 관련된 중화항체의 양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며 "일면적으로 젊다고 중화항체의 양이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증자에 따라 중화항체를 얼마나 가졌는지 확인하는 테스트 방법의 도입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일부 실험에서는 혈장치료 및 수액의 주입 등이 폐와 관련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도 있는 만큼 세심한 지침마련이 필요하다. 또 혈액을 통한 재감염 위험도 상주하는 만큼 이런 논란을 차단할 세밀한 치료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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