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 300명 정원 두고 과소의대 치열경쟁 예상 지역안배·정원 차지 비중 등 기준별 시나리오 다양
정부와 여당의 의대정원 확대 신호탄에 의과대학 정원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어차피' 의대정을 확대한다면 다른 의과대학에 정원을 주는 것보다 '기왕이면 우리가'라는 심리가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 특히, 정원 50명 미만의 과소의대의 경우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정부가 발표한 추진방안과 여당의 '과소의대 우선' 입장 등을 기준점으로 삼아 향후 의대 추가정원 400명의 배분 방식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세워봤다.
분석 결과 현재 그릴 수 있는 의대정원 배분 시나리오는 ▲17개 과소의대에 정원 공평 분배 ▲지역별 의대정원 고려 과소의대 우선순위 부여 ▲지역의사 취지 살린 지역별 안배 등 3가지이다.
다만, 이번 의대정원 배분 분석은 모든 대학이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을 넘길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했으며 각 의대의 부속병원 상황과 대학 자원을 고려하지 않았다.
◆시나리오 1. 여당, '과소의대' 우선순위 언급…17개 과소의대 공평 분배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각 지역의 정치권은 의과대학에 필요한 정원 등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 비공식적인 루트로 요청받고 있는 상황. 결국 추진방안이 발표된 시점부터 이미 추가정원을 확보하기 위한 물밑 전쟁에 들어간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살펴보면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최대 400명을 증원하고 10년간 한시적으로 3485명을 유지해 10년 간 40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나눠보면 ▲지역의사 300명 ▲특수 전문분야 50명 ▲의과학자 50명 등을 합쳐 총 400명.
이중 의과대학들이 집중하는 부분은 전 서남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해 만들어 질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의대의 특수전문분야 50명을 제외한 지역의사 300명과 의과학자 50명이다.
현재 정원 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당·정 발표가 있기 하루 전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의 발언에 따르면 과소정원의대(이하 과소의대)에 우선권이 주어질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당시 조 전문위원은 "국공립 위주 의대정원 확대이야기가 있지만 50명 미만의 과소정원 의대가 17곳이 있는데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선 70명 정도 필요하는 의견이 있다"며 "사립대이긴 하지만 이미 많은 교수진과 자원이 확보 돼 있어 우선 배정해 의학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물론 조 전문위원이 교육부와 함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이를 통과 할 경우라고 전제하긴 했지만 사실상 모든 의과대학이 같은 인증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사립대 과소의대가 의대정원 배정의 1순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가장 먼저 그릴 수 있는 시나리오는 50명 이하 정원을 가진 과소의대에 300명을 분배하는 방법이다. 특정 의대에 정원을 더 주거나 덜 주는 것은 정치권 이슈로도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공평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
그렇게 되면 현재 강원대(49명), 제주대(40명) 등 국공립대는 물론 성균관대(40), 울산대(40), 울산대(40), 아주대(40) 등이 포함된 17개 대학이 300명의 지역의사 정원을 나누게 된다.
이를 단순계산으로 나눴을 때는 각 대학별로 17.6명(300명÷17개 대학)의 정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각 대학별로 약 18명의 정원이 늘어나 앞서 조원준 전문위원이 언급한 의대정원 70명에도 근접하게 된다.
◆시나리오2. 지역별 의대정원 고려 과소의대별 우선순위 결정
단순계산으로 나눈다면 정원 분배가 깔끔하게 해결되겠지만 문제는 지역의사라는 취지를 맞추기 위해서 지역별 안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과소의대의 지역별 현황을 살펴보면 ▲경기 3개 대학 ▲인천 2개 대학 ▲강원 2개 대학 ▲충북 2개 대학 ▲충남 2개 대학 등 5개 지역이 2개 이상의 과소의대가 위치하고 있다.
또한 ▲부산 1개 대학 ▲대구 1개 대학 ▲대전 1개 대학 ▲울산 1개 대학 ▲경북 1개 대학 ▲제주 1개 대학 등 6개 지역이 1개의 과소의대가 위치해 지역별로 구분 시 총 11개 지역에 과소의대가 위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언급한 1번 시나리오대로 과소의대에 정원을 일괄적으로 배정하게 된다면 과소의대가 3곳인 경기지역과 1곳인 대부분 다른 지역은 정원 수 차이에 따른 불만이 생겨 타 지역이 분배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와 함께 고려될 점은 각 지역의 전체 의대정원 대비 차지하고 있는 의대정원 비율이다.
정부가 발표한 지역별 의과대학 입학정원 현황('20년)을 통해 각 지역의 전체 정원 차지 비율(전체 100%)을 비교해 보면 ▲서울 27.01% ▲부산 11.22% ▲대구 9.88% ▲강원 8.73% ▲광주 8.18% ▲전북 7.68% ▲충남 5.95% 등이 전체 정원의 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전체 정원의 5% 이하의 점유율을 가진 지역은 ▲대전 4.91% ▲경기 3.92% ▲인천 2.91% ▲충북 2.91% ▲경남 2.49% ▲경북 1.60% ▲울산 1.31% ▲제주 1.31% 순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과소 의대 지역별 현황과 지역별 의대 정원 차지 비율을 적용하면 지역의사 300명 정원을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의과대학을 추릴 수 있다.
먼저 울산의 경우 울산대 1곳이 의과대학으로 있는데 그마저도 전체의 1.31%를 차지하고 있는 과소의대로 광주, 대전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비슷한 다른 광역시와 비교해 정원 차지 비율이 크게 차이나 이번에 늘어나는 정원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또한 과소의대가 2곳이 있지만 전체 정원의 3%에 미치지 못하는 인천(인하대, 가천대)과 충북(충북대, 건국대충주) 그리고 1.31%인 제주도(제주대) 또한 정원 배정시 우선적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
의외의 반전은 경기도 지역. 앞서 3개 대학이 과소의대로 정원 배정시 타 의대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전체 정원 차비 비율을 고려했을 때는 3.92%에 불가해 경기지역 3개 대학에도 희망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2번 시나리오 적용시 과소의대임에도 불구하고 정원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은 대학도 존재했다.
부산의 경우 동아대가 과소의대로 존재하지만 이미 부산 내 의과대학이 차지하는 정원 비중이 11.22%로 서울 다음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타 지역에 비해 당위성이 떨어진다.
또한 대구와 강원도도 각각 1개와 2개의 과소의대가 있지만 전체 정원 대비 비중이 9.88%와 8.73%로 부산 바로 뒤에 위치해 추가정원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확언하기 어렵다.
아울러 충남의 경우에도 단국대천안과 건양대가 과소의대로 있지만 이들 대학이 위치한 충남이 전체 정원의 5.95%를 차지하고 있어 정원배정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시나리오3. 과소의대 위치 지역별 일괄 배분 후 추가 배정
끝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과소의대가 위치한 지역별로 추가 의대정원을 나눈 뒤 지역 내에서 의대 정원을 재분배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이 앞선 시나리오보다 불공평해 보일 수 있지만 시행 가능성이 있는 이유는 의대정원 확대가 지역의사라는 특수한 프레임을 씌우고 있기 때문.
지역의사는 선발대 의대의 지역 내에서 공공의료 및 중증·필수 의료기능 수행기관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해야한다.
즉, 기존에 있는 지역별 의대 정원과 달리 '의무적'으로 지역 내에서 근무해야하는 만큼 기존 의대정원이 많다고 특정 지역을 배제할 경우 기존 의대 정원이 근무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제도를 제시하지 않는 한 의대정원 확대의 취지가 퇴색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소의대가 위치한 11개 지역에 지역의사 정원 300명을 나눈 값(정원 300명÷11개 지역)인 27.3명을 11개 지역으로 분배하고 이를 지역 내 기준을 바탕으로 다시 분배하는 방식도 고려가 가능해진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정원은 분배하면 과소의대가 위치한 지역별로 가져가는 정원 수의 차이가 있어 일부 불만이 제기 될 수 있지만 '지역별 안배'라는 취지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모든 과소의대에 정원 배분을 실시하기 때문에 반발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과소의대가 우선순위에 놓였다고 해서 50명 이상의 정원을 가진 의대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예정이다. 이들 대학이 노릴 것으로 예측되는 정원은 의과학자 50명 정원.
과소의대가 지역의사 배정에 우선권을 가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의과학자 정원 50명은 기초과학, 제약·바이오 분야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가 있기 때문에 기존에도 덩치가 컸던 대학이 당위성을 가지고 정원 확보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
가령 서울대 같은 경우는 가장 많은 의대정원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타 대학대비 많은 연구비와 연구성과 등을 앞세워 의과학자 정원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의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겠지만 향후 의과학자 정원 배분 기준이 각 의대의 정원이 아니라 연구실적, 기반 시설 등이 기준 점으로 제시된다면 전체 의대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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