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들이 병상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수술 건수를 줄여야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21일 서울대병원 흉부외과는 수술을 약 10%가량 줄였다. 코로나19 중증환자 진료를 위해 중환자실 확보에 나서면서 불가피한 조치였다.
서울대병원 김웅한 교수(흉부외과)는 "이미 지난 14일 비코로나 환자 대상 중환자실 병상을 줄이기로 결정, 그에 맞춰 약 10% 정도 수술건수를 줄인 상황"이라면서 "자칫 중증환자 치료에 차질을 빚는게 아닌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코로나19상황이 위중하니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비코로나 중증환자의 수술 축소가 장기화되면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환자 특성상 수술 이후 상당수가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병실로 입원하는 수순을 밟는 게 일반적. 결과적으로 정규 수술 건수를 줄이는 수 밖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진작부터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 확보를 위해 조치에 나서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이강영 기조실장(외과)은 "사실 음압병상 등 시설 확보는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중환자를 돌볼 의료인력이 문제"라며 "기존 병상 환자를 퇴원조치하고 신규환자는 줄여나가는 식으로 병상을 확보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덜한 비코로나 중환자에게 대기해줄 것을 양해를 구해야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코로나19와 비코로나 중증환자, 두마리 토끼 잡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방역당국은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 확보 관련 행정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전체 병상의 1% 병상 확보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 이외 국립대병원과 상급종합병원들은 기존 중증환자 치료를 어떻게 유지하면서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진료할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공개한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은 12월 20일 기준, 서울은 91개 병상 중 87개를 사용 중으로 입원가능 병상은 4개 확보한 데 그친다. 경기도는 46개 병상 중 46개를 가동 중이며 인천 또한 27개 병상 중 27개를 사용중으로 입원가능한 병상은 전무하다.
중증환자 치료병상도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 서울은 121개 보유병상 중 입원가능 병상은 2개에 그치고, 경기와 인천은 각각 54개, 19개 병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사용 중으로 즉시 가용 가능한 병상은 0개다.
준-중환자 치료병상 또한 서울과 경기, 인천 각각 21개, 4개, 9개를 보유 중이지만 실제 입원 가능한 병상은 어디에도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하다보니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에 행정명령까지 발동하면서 병상확보에 나선 것. 문제는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다보니 비코로나 중증환자가 소외되는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한 것.
의료현장의 의료진들은 "코로나19, 비코로나 중증환자 치료 어느것 하나 놓칠 수 없다.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가 이정도로 위중하다면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보상책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서울대병원 박규주 외과 과장은 "병상만 늘린다고 해결이 안된다. 결국은 코로나19 환자를 돌볼 의료인력이 부족하다. 정부차원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전공의법 일부 완화는 물론 내년도 (의사국시 불발시)인턴 부족 상황 등과 관련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진료에 나선 의료진에 대한 보상방안도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한다"면서 "의료기관의 희생만 강요해서 해결할 사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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