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단체로 결집력과 응집력을 보여줘야 할때, 서로 싸우는 모습만 비춰져 무척이나 아쉽다."
"좋은 의료정책을 만들기 위해선 결국 공무원, 정치인, 학자, 시민단체 등을 정치적 우군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에 나서고, 의료 정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모두 '의료계'라는 주어가 빠져있지만, 새해초 개원가 의료정책심포지엄 자리에서 오고간 주요 인사들의 '말'이었다. 한 의사출신 전 국회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의료계가, 이번 기회에 생존 전략을 다시 짜고 완전히 탈바꿈할 때"라고 쓴소리를 뱉기도 했다.
작년 한해를 강타한 코로나 대유행 상황이 올해초 3차 대유행으로까지 장기화하면서, 의료계 분위기도 여전히 어수선한 상황이다.
환자 발길이 끊긴 일선 개원가는 경영난에 허덕였고, 코로나 환자 수용으로 마비된 병원급 환자관리 체계는 매일같은 강행군에 탈진해 갔다. 실질적인 지원책과 보상방안을 놓고, 구체적인 답변을 얻기에도 벅찼다.
멈춰있던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계획한 보건정책에 의료계의 울분과 성토는 쏟아졌다. 코로나 유행상황에서 터져나온 공공의대 신설을 비롯한 의대 정원 확대,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확대가 그것이다.
의료계는 이를 4대악 의료정책으로 규탄하면서, 작년 하반기 병원밖 거리로 뛰쳐나와 전국의사 총파업을 강행했다. 물론, 의사들의 이같은 단체행동에는 말도 탈도 많았지만, 이전과 달리 현안에 공감한 전공의·공보의·군의관 등 젊은 의사들이 파업현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은 주목할 변화로 꼽힌다.
총파업 당시 국민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비판을 가했던 정치권의 행보도, 다시금 의료계로 향하고 있다. 국회 인사들이 잇달아 대한의사협회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달 예정된 코로나 백신 접종에 앞서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의협을 찾은데 이어, 18일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논의를 진행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현재 의협은 규모로 따지면 회원수 13만명 정도로 국내 사단법인 중 가장 크다. 오는 3월말, 의협은 제41대 의협 회장 선거를 통해 새집행부를 꾸리게 된다. 공공의대 정책을 비롯한 친절한 의사법, 필수의료 중단 금지법 등 의료계에 강한 반발을 산 법안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관련 쟁점과 이슈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선 셈이기도 하다.
대표단체인 의협이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대국민 홍보, 내부 단합 등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년 투쟁 이후 '9·4 의정 합의'가 여전히 진행중인 가운데, 코로나로 잠시 멈췄던 의·정 협상과 의·당 협상을 완수해내는 것도 관건이다.
"의협이 회원들의 힘을 모으려면 회장 선거가 의료계의 축제가 돼야 한다"는 어떤 의료계 원로의 말처럼,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이번 선거에 어떤 결과와 변화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검증되고 능력 있는 회장과 집행부를 고르는 것은 회원 선택의 문제겠지만, 여러 현안을 놓고 제대로 탈바꿈할 기회를 갖게될지 올 한해 의협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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