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에 대해 면허취소를 골자로한 일명 '의사면허 취소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또 다시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고 서울시의사회 등 의료계 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어 불만을 표출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측은 "의료계 우려는 기우"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코앞으로 다가온 코로나19 백신접종에서 의료계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했다.
이미 강경한 입장을 낸 의협은 코로나19 백신접종에 협조할 수 없다며 맞섰다. 의료계가 이처럼 발끈하는 이유는 뭘까. 해당 의료법 개정안을 들여다봤다.
■의사면허 취소법, 어떤 내용 담겼나
일명 의사면허 취소법이라 칭하는 의료법 개정법률안은 의사 등 의료인의 면허취소 기준을 강화했다. 금고이상의 형(실형, 집행유예, 선고유예)을 선고받은 의료인은 해당 형 집행시까지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이다.
살인, 성폭행 등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형 이상인 경우는 모두 해당 형량에 추가 5년간(실형인 경우) 면허재교부가 금지된다. 다만 영구 면허박탈은 면했다.
이를 두고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병원협회 등은 "성범죄 법정형의 형량은 타 범죄에 비해 상당히 높다. 기존 처벌에 더해 주체와 객체가 의료인과 환자라는 이유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검토의견을 낸 바 있다.
의협은 오는 25일 법사위에서 의사면허 취소법을 의결할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의료인 직업성 특성상 의료행위 중 신체접촉이 불가피해 의료인이 억울한 분쟁에 휩싸일 소지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앞서 법안소위에 올라온 개정법률안의 수위는 더 높았다. 이용우 의원 등이 공동 발의한 개정법률안에는 의료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에 대한 금고이상의 형까지 포함하고 있었던 것.
이에 의사협회는 물론 간호협회가 "의료인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직군"이라며 "고의없이 발생한 의료사고로 금고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에게 자격정지를 부과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는 곧 의료인의 소극·방어 진료로 이어지고 도리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저해하는 불이익을 초래할 것이라고 봤다.
이 같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결국 의사 등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거나 수술하는 등 의료행위와 관련해 사망 등의 사건으로 업무상과실시사상죄로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는 제외했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도중에 발생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민·형사상 법정분쟁으로 금고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예외로 한 것.
■의료계 "취지는 알겠는데 왜 지금?"
특히 의사면허 취소법을 밀어부치는 국회 복지위의 행보를 두고 의료계는 시점에 대해 아쉬움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리는 25일, 다음날인 26일부터 국내 첫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실시하면 당장 의사 등 의료계 협조가 필요한 상황.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사협회는 이익단체로서 당연히 발끈할 사안인데 복지위는 이 시점에 굳이 해당 개정법률안을 강행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실 시점에 대한 아쉬움을 제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 정부가 강행할 당시에도 의료계는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공의를 비롯해 의사들이 대구 혹은 수도권으로 몰려가 코로나 환자치료에 매진할 때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밀어부치면서 의료계 내부에 반감 여론이 확산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원의는 "코로나19 백신접종과 연계시키는 의사협회의 행보는 자칫 국민 질타를 받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면서도 "의사 상당수가 코로나 환자 치료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시점에 굳이 의료계를 옥죄는 개정법률안을 강행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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