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년째 대유행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타격" 신임 급여이사, 임명 후 바로 협상 참여...수장 바뀐 의협 협상단도 관심
코로나19 대유행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전국 의료기관의 한해 살림살이를 책임질 유형별 수가협상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5월 마지막 날까지 수가협상을 완료해야 하는 만큼 협상 당사자인 건강보험 공단과 병원, 의원, 한의원, 치과의원, 약국 등의 각 유형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묵묵히 협상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코로나19 정국 속에서 5월에 진행될 유형별 수가협상 전 주요 쟁점을 들여다봤다.
코로나19 여전히 진행 중…가입자·공급자 입장 조율 관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는 여전히 유행 중이다. 그런 만큼 의료기관은 코로나19에 따른 손실을 수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어김없이 등장할 예정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수가 협상에서 전년도(2019년) 진료비를 반영해 환산지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경영에 타격을 봤더라도 이를 수치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건보공단의 논리대로 코로나19가 휩쓴 지난해 수치가 그대로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단순 통계만으로도 의료기관의 경영 타격은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2020년 3분기까지 진료비 통계지표만 봐도 환자의 의료이용이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환자의 의료기관 내원 일수는 전년도 3분기보다 12%나 줄었다. 요양급여비는 1.3% 늘어나는데 그쳤다. 증가율이 두 자릿수씩 늘어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 환자 내원일수는 4.67% 줄었고 진료비는 2.3% 증가했다. 병원급 내원일수는 14.7%나 감소하며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의원 역시 환자 내원일수가 13% 줄었다. 진료비 증가율도 상급종병은 2.3%, 종합병원 1%, 병원 2%에 그쳤다.
의원은 특히 심한데 1%도 안되는 0.9%에 불과했다. 평균 증가율보다도 낮다. 게다가 의원은 진료과목별로 봤을 때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는 진료비는 각각 40%, 20%나 줄면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수치상으로도 경영 악화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번 협상에서도 건보공단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의료기관에는 이미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코로나19 손실에 대한 보상금이 나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환산지수 관련 연구용역을 기반으로 수가협상에 임하는데 의료 이용량이 줄었기 때문에 반영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가입자 입장에서는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에 타격을 입혔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 등 거시지표를 종합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공급자 단체의 반대 논리도 존재한다.
한 공급자단체 보험이사는 "손실보상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고 수가협상은 건강보험법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에 직접 참여한 병원에 건보 재정을 썼을 뿐이지 건보법에 따라서 모든 의료기관에 보상을 해준 것도 아니다. 감염병관리법과 건보법을 연동하면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이미 건보공단과 복지부가 직전연도에 대한 재정지출 변동을 수가협상에 반영한다고 한 만큼 올해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밴딩을 둘러싼 건보공단과 재정운영위원회의 '합'
수가협상 절차를 보면 건강보험재정 운영을 관장하는 재정운영위원회가 각 유형이 나눠 가질 전체 재정(밴딩)을 정한다. 건보공단은 재정위가 정한 밴딩을 무기로 각 유형과 협상을 한다.
통상 수가협상에서 재정위와 건보공단의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큰 틀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같기 때문이다. 각 유형을 대표하는 공급자 단체는 밴딩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눈치싸움을 해야 한다.
건보공단과 재정위의 암묵적인 동맹 관계에 금이 가는 모습이 지난해 수가협상에 나왔다.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인 강청희 급여상임이사와 재정운영위를 이끄는 최병호 위원장이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강청희 이사는 재정위가 제시한 밴딩이 "난감할 정도로 낮다"며 "공급자 단체에 이해를 구하고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협상장에서 고개를 숙였다. 보험자 입장이었지만 의사 출신이었기에 공급자 입장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움직임이었다.
당시 최병호 위원장은 건보공단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건보공단은 가입자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올해는 건보공단 수가협상단과 재정운영위원이 교체된 상황. 양자는 통상적인 동맹 관계를 형성할지, 불협화음을 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건보공단도 공급자도 협상단 다수 교체
회장 선거, 임기 만료 등의 이유로 올해 수가협상에 나서는 인물이 대거 바뀐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전문성 강화 기조에 맞춰 신설한 급여전략실의 박종헌 실장을 수가협상에 투입했다. 박종현 실장도 의사로서 강청희 급여상임이사와 함께 수가협상에 전면 배치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은 윤유경 수가계약부장을 제외하고는 전원 바뀐다.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임기 만료로 4월 중순 이후 임명될 새로운 급여상임이사가 임명과 동시에 수가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새로운 급여상임이사는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일 교수가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은 아직 협상단 구성을 완료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가협상에 급여상임이사를 비롯해 급여보장실장, 급여전략실장, 수가계약부장이 들어간 것을 감안했을 때 올해는 김남훈 급여보장실 선임실장과 윤유경 수가계약부장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급여보장실장 자리는 지난해 12월 말 인사발령이 있었는데, 불과 3개월 사이 요양기획실장으로 있던 김남훈 실장이 자리를 옮겼다.
1월 조직개편으로 급여전략실이 없어지면서 박종헌 실장은 빅데이터운영실장으로 간 상황이라 다른 인물이 협상단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윤유경 부장이 유일하게 수가협상을 경험해본 것이 된다.
공급자 단체 중 일찌감치 수가협상단을 꾸린 곳은 대한약사회가 유일하다. 박인춘 부회장을 단장으로 유옥하·오인석 보험이사, 김대진 정책이사를 협상단에 투입한다. 자체적인 약국 환산지수 연구용역도 이미 발주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아직 수가협상단을 꾸리지는 않았지만 자체 환산지수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객관적인 자료 확보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올해 집행부 교체를 맞았다. 의협 이필수 회장 당선인은 최대집 집행부에서 수가협상 단장으로서 2.9%의 인상률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현재 인수위를 꾸려 인선 작업 중인 이 당선인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수가협상단을 꾸리고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한의협도 수장이 바뀌었다. 추나요법 급여화에 이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급여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만큼 한의협도 수가협상장에서 목소리를 낼 인물로 협상단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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