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당뇨병 치료제 처방의 발목을 잡았던 정부의 '당뇨병용제 일반원칙' 급여 기준이 전면 개정된다.
그동안 1차 치료제로 사실상 강제돼 온 '메트포르민' 투여 의무화가 폐지되고,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 및 복합제 급여 문턱이 낮아지는 등 국내외 학회 가이드라인에 맞춘 개정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주 1회 GLP-1RA 제제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 노보노디스크제약)' 역시 별도 트랙이 아닌 이번 일반원칙 개정 틀 안에 한데 묶여 추진될 전망이다.

일반원칙 개정 합의, '오젬픽' 논의도 동시에
25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당뇨병학회는 회의를 갖고 당뇨병용제 급여기준 일반원칙 개정 방향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국내외 당뇨병 진료지침과의 간극 해소'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1차 약제 선택권의 대폭 확대다. 현행 급여 기준상 당뇨병 환자는 특별한 부작용이나 금기증이 없는 한 1차 약제로 메트포르민을 먼저 투여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 논의를 통해 메트포르민 필수 투여 기준이 삭제되면서, 환자의 상태나 동반 질환(심뇌혈관질환, 만성콩팥병 등)에 맞춰 초기부터 SGLT-2 억제제나 DPP-4 억제제 등 다양한 약제를 최우선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동안 급여가 인정되지 않아 처방에 제약이 컸던 'DPP-4 억제제-SGLT-2 억제제', 'SGLT-2 억제제-TZD' 등의 2제 병용 요법 급여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주목되는 대목은 '오젬픽'을 포함한 GLP-1RA 제제의 급여 기준 완화다.
기존에는 GLP-1RA 제제를 급여로 투여받으려면 설포닐우레아와 메트포르민 병용 투여 후에도 혈당 조절이 되지 않거나 인슐린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2제 이상 약물 치료 후 혈당 조절에 실패할 경우 곧바로 GLP-1RA 제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췄다. 고정비율 복합제인 '솔리쿠아(인슐린 글라진-릭시세나티드, 사노피)' 등도 동일한 완화 기조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젬픽의 경우 종전에는 별도의 독립된 급여 기준 개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으나, 당뇨병학회의 제안으로 이번 일반원칙 개정안에 전격 포함됐다. 이로 인해 오젬픽의 급여 진입 및 환자 처방 시점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종화 보험이사(세종병원)는 "기존 논의에서는 오젬픽이 일반원칙과 별개로 분류되어 있었으나, 다른 약제 및 GLP-1RA 계열과 함께 일반원칙 개정에 포함시켜 일괄 추진하는 것으로 심평원과 협의를 마쳤다"며 "급여 기준이 최신 가이드라인에 맞춰 그야말로 완전히 바뀌는 획기적인 개정"이라고 설명했다.

재정 부담 극복 관건…제약사 '약가 인하' 협상 분수령
다만, 이번 급여기준 개선의 최종 확정을 위해서는 '재정 부담' 극복과 '제약사 약가 인하'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급여 기준이 광범위하게 풀리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 소요액이 최소 수백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현재 심평원과 학회는 급여 확대에 따른 재정영향 분석을 진행 중이다. 분석 결과가 도출되는 대로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해당 약제를 보유한 제약사들과 본격적인 약가 인하 협상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약업계가 급여 확대의 반대급부로 요구되는 약가 인하 수용 폭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가 이번 개정안의 연내 시행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종화 보험이사는 "현재 심평원이 재정영향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며,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제약사들과 약가 협상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 부담이 작지 않은 만큼 제약사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약가 인하 자구책과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이사는 "학회와 정부 모두 올해 안으로 일반원칙 개정 논의를 최종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삼고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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