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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도 고민 안돼도 고민" 딜레마 빠진 킴리아 급여 논의

발행날짜: 2021-08-17 05:45:56

9월 예정된 심평원 암질심 상정 관심…상당한 논의와 논란 불가피
전담센터‧병상‧GMP까지 병원들도 부담감…향후 삭감 우려도 팽배

보건당국이 세계 최초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로 약값만 5억원에 달하는 노바티스의 '킴리아주(티사젠렉류셀)'에 대한 급여논의를 시작한다.

허가 반년 만에 급여 첫 관문에 도전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급여 논의가 구체화될수록 킴리아주를 둘러싼 의료현장의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당장 환자 치료를 위한 센터와 관련 시설 확보에서부터 인력 구성을 위한 재원 마련 등 준비해야 할 일이 태산이기 때문이다. 결국 급여가 돼도 문제 안돼도 문제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주
14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오는 9월 1일로 예정돼 있는 2021년도 제6차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 안건으로 킴리아주 상정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른 제1호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CAR-T 치료제 킴리아주를 허가한 바 있다.

킴리아주는 환자로부터 채취한 면역세포(T세포) 표면에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전정보를 도입한 후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방식의 항암제다.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는 면역세포(T세포)의 수용체 부위와 암세포 표면의 특징적인 항원 인식 부위를 융합한 유전자를 환자의 T세포에 넣으면 암세포의 표면 항원을 특이적으로 인지해 공격하는 기전을 지닌다.

적응증은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과 '소아 및 젊은 성인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Acute Lymphoblastic Leukemia)'이다. 모두 두 가지 이상 치료에도 효과가 없거나 재발, 이식 후에도 재발한 말기 환자가 대상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킴리아주의 비싼 약값이다. 지난 2019년 미국의 메디케어(Medicare)에서 CAR-T 치료제로 급여 보장을 받게 된 킴리아주는 1회 투여 시 47만 5000달러(약 5억 8100만원)가 든다.

이로 인해 심평원 암질심에서도 킴리아주의 효능‧효과보다는 비용효과성 등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 집중적인 점검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9월로 예정된 회의 안건으로 킴리아주가 상정된다고 해도 당장 급여 적정성 여부를 결론짓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심평원 암질심 위원은 "아직까지 킴리아주가 당장 9월 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며 "다만, 다양한 상황에서의 킴리아주의 활용 가능성과 이에 따른 비용효과성, 건강보험 재정 투입 여부 등 검토해야 할 사안들이 상당히 많다"고 밝혀 신중한 검토를 예고했다.

그는 "킴리아주의 적응증인 소아 림프구성 백혈병의 경우 2차와 3차 치료에서도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며 "이 같은 면에서 킴리아주의 비용효과성을 따질 예정이다. 동시에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급여기준 마련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급여 적정성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담 센터부터 별도 인력까지…고민 커지는 병원들

킴라이주의 급여 진입 논의가 구체화되자 의료현장에서도 치료제 도입을 위한 시설과 전담인력 구성 등을 고심하고 있다.

대형병원 중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4월 가장 먼저 CAR T-세포치료센터를 오픈하고 관련된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2020년부터 국내 기업인 큐로셀과 함께 미래의학연구원 내 GMP 시설을 마련하고 킴리아주 도입을 위한 준비를 마친 바 있다.

한 서울의 대학병원 암센터 모습이다. 초고가 치료제인 킴리아주의 급여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를 도입하기 위한 각 대학병원들의 고심도 커져가는 분위기다.
이에 뒤질세라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을 포함한 다른 대형병원들도 CAR T-세포치료센터 운영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

다만, CAR T-세포치료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국내에서는 빅5 병원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의 현재 지배적이다.

킴리아주 활용을 위해선 전담 인력과 병상, T세포 채취를 위한 GMP 시설 등 병원 입장에서도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빅5 병원도 전담 센터를 마련하기도 벅차다는 것이 의료현장의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의사의 경우 진단검사의학과의 협진을 하면 되겠지만 전담 코디네이터 등 추가적인 인력이 필수적"이라며 "동시에 별도 병상 등 시설을 병원에 요구해야 하는데 현재 검토 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그는 "더구나 병원 입장에서는 치료제로 수익을 창출하기는 이제 어려운 상황"이라며 "센터 설립을 고민하고 있지만, 병원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로 인해 의료현장에서는 심평원 암질심에서 킴리아주의 급여 적정성 논의에 돌입한 것은 환영할만 하지만 앞으로 급여기준을 놓고서 계속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는 점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초고가약인터라 보수적인 급여기준이 예상되면서 대상 환자 적용면에서 앞으로 진료비 삭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소아혈액종양학회 이사장을 지낸 세브란스병원 유철주 소아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킴리아주가 고가다보니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이 때문에 급여로 적용되는 환자 군을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소아 림프구성 백혈병의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 후 재발하거나 항암제 불응성이 생기는 경우 약제가 없다. 이처럼 최후의 방법으로 킴리아주를 활용했을 경우 급여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항체치료제로 암세포를 줄인 후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는 치료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최종적인 치료방법은 아니다"라며 "킴리아주가 대안이 될 수 있는데 향후 급여기준이 마련된 후 애매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 약물이 도움은 되는데 급여기준 상에는 부합하지 않는 환자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한 향후 약물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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