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진단기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세게적인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정부가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하는 방식 등으로 시장 진입의 문을 열어줬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진단검사의학회 등에는 사후관리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일단 시장에 진입시키고 별도 트랙으로 사후 관리를 강화하면서 규제하는 투 트랙 전략이 시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체외진단기기 선 시장 진입 길 열어준 정부…허가만으로 OK
보건복지부는 최근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18일까지 입법 예고에 들어갔다.
체외진단기기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진입을 허용하고 사후평가를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마련된 개정안은 체외진단기기에 대한 '선 진입 후 평가'가 골자다. 즉 신의료기술평가 이전이라도 필요에 따라 임상 현장에 먼저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다.
신의료기술평가란 새롭게 개발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의료기술 등에 대해 관련 논문과 문헌 평가 등을 거쳐 말 그대로 '신기술'로 인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의료산업 발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조 허가나 수입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의 경우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해주고 있다.
이른바 선진입 제도로 신의료기술평가 인정하기 전이라도 부작용이 적고 일정 부분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시장에 풀어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상당수 의료기기들이 이 혜택을 받고 있는 반면 체외진단기기는 이 선진입 제도의 예외 조항에 묶여 지금까지 혜택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기업들의 반발이 있었던 이유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개정안을 통해 지금까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대상에서 제외됐던 체외진단기기도 이에 포함시키고 유예 기간 또한 현재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앞으로 개발되는 체외진단기기들은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제품과 기술을 비교한 임상시험 결과나 비교 문헌 없이도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성능시험 자료만으로 유예 신청이 가능해졌다. 식약처 허가만 받으면 일단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면서 의료기술 발전을 촉진할 수 있도록 안전성 우려가 적은 의료기술의 선진입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체외진단기기 등이 대표적인 경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도 트랙으로 사후 관리 방안 마련…기업들도 긍정적 평가
하지만 이러한 선진입 제도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검증이 미비할 수 있고 부작용 우려가 있다는 일부의 지적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사후 관리 체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놓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개선방안
결국 기업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신의료기술평가 등을 유예하며 시장 진입의 길을 열어주면서도 사후 관리 체계를 좀 더 보강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복지부는 이번에 체외진단기기의 선진입 방안을 마련하면서 근거창출지원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했다.
과거 제한적 의료기술, 혁신의료기술, 평가유예 의료기술 등 섹터로 나눠져 있던 위원회를 하나로 뭉쳐 선진입 의료기술을 보다 꼼꼼하게 평가하겠다는 의지다.
또한 이 위원회에 만에 하나 있을 부작용 사태가 일어났을때 이에 대한 평가는 물론 즉각적인 시장 철수를 명령하기 위한 선진입 의료기기 사용 중단 기준도 새롭게 마련했다.
특히 이러한 사후 관리 체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중에 있다.
단순히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가들을 활용해 선진입된 체외진단기기에 대한 사후 평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대한진단검사의학회를 비롯한 전문 학회에 이에 대한 용역 연구를 발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용역은 '체외진단의료기기 사후관리체계 구축 방안에 대한 연구'로 체외진단기기의 안전성 강화 방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선진입, 혹은 허가 이후 유통단계에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 체계와 품질 관리를 위한 사후관리 평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인 셈이다.
이 용역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노경호 박사가 책임을 맡아 체외진단검사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체외진단기업들은 이러한 제도 변화가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미 의료산업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평가 자체가 늦어지는 것보다는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보다 친산업적 접근 방법이라는 것이다.
국내 체외진단기업인 A사 임원은 "다른 의료기기와 달리 체외진단기기는 전 세계적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수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는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국내 기업들이 한발 빨리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은 것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만큼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등 제도적 한계로 인해 출시 시기가 늦어질 수록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의미"라며 "안전성 확보 면에서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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