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로 잊혀졌던 인플루엔자(독감) 감염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 대유행 영향으로 독감 예방 접종이 하락함에 따라 인플루엔자에 대한 집단 면역 수준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의학계는 올해 하반기 예상되는 감염병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영향에서일까. 하반기 독감 백신을 공급하는 제약업계는 지난 2년에 비해 병‧의원 수급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물량을 맞추기 위해 대비하는 모습이다.
독감 면역력 떨어진 하반기 '유행' 가능성 크다
9일 의학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장기화에 눌려 독감은 상대적으로 유행으로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 체계로 전환이 확실시되는 올해 하반기 상황은 전혀 다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거리두기가 사라지고 새로운 코로나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독감 백신 접종은 줄어들면서 이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하반기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실제로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김주한 의무이사는 "트윈데믹 우려가 존재했던 2020년에 반해 2021년은 상대적으로 우려가 크지 않았다"며 "그만큼 독감 백신 수요가 크지 않았다. 국가예방접종(NIP) 위주로 독감 접종이 이뤄져 물량이 남았었다"고 회상했다.
이 가운데 의학계 예상하는 올해 하반기 감염병 확산 시나리오는 지난해와 확연히 다르다.
새로운 코로나 변이 등장에 따른 재유행으로 거리두기를 재시행 한다면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독감은 유행하지 않겠지만, 현재 상태로 이어져 일상을 회복한다면 인플루엔자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이기에 독감 유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무엇보다 트윈데믹(twindemic)이 국내에서도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
코로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독감 백신 접종률도 하락한 올해 하반기 어느 때보다 동시 유행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한백신학회 김우주 회장(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은 "인플루엔자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지난 2년 간 공백이 있었다. 유행을 하지 않아 자연 감염도 없었기에 인플루엔자 집단 면역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며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도 낮았다. 미국의 경우도 지난해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서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우주 회장은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거리두기를 다시 하기는 힘들고 마스크는 생활화 될 수 있겠다. 그렇게 되면 코로나와 인플루엔자가 같이 유행할 수 있다"며 "코로나는 6개월 마다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고 현재도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 결국 강화된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이상 트윈데믹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장' 빠진 독감백신 시장, 올해도 녹십자 주도?
하반기 트윈데믹 우려가 커지자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구나 국내 독감 백신 시장 '선두' 자리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사 품목인 '스카이셀플루'를 코로나 백신 개발‧생산을 이유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단할 것임을 예고하면서 주목도가 한층 커진 형국.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은 "스카이셀플루는 9월, 10월이 접종기간이다. 아쉽지만 올해까지는 생산을 못할 것 같다"며 "생산 능력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독감과 코로나 백신 개발 사이에서 큰 고민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독감 백신을 기다려온 의료계에는 송구한 일이지만 올해까지는 스카이셀플루 생산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하면서 다른 백신 개발사들이 상대적으로 빈자를 매웠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독감 접종은 줄었지만, 시장의 대장격인 '스카이셀플루'가 생산을 중단하면서 다른 백신품목이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가장 큰 수혜 기업을 꼽는다면 단연 국내 '백신명가'로 꼽히는 녹십자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녹십자 독감백신 지씨플루 매출은 전년도(515억원)보다 8% 상승한 55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0월 녹십자는 NIP 독감백신 물량 배송이 급증하면서 다른 의약품 배송이 지연되는 등 애를 먹으면서 거래 병‧의원을 포함한 요양기관에 양해를 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녹십자가 독감 백신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령바이오파마와 한국백신, 일양약품 등도 물량을 확보해 병‧의원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매출이 추락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독감 백신 '플루아릭스 테트라'의 경우 올해 국내 병‧의원 영업‧마케팅을 광동제약이 맡았는데 정상궤도로 되돌려 놓을지도 관심사다.
결국 백신 명가로 꼽히는 녹십자 시장 주도권 속에서 보령바이오파마 등 다른 기업들이 이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바이오파마 관계자는 "지난해 독감 백신 생산의 경우 일정부분 원료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사 품목 간 매출에 차이가 발생했다"며 "올해의 경우 코로나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인해 독감 유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문제를 사전에 대비해 하반기 백신을 안정적으로 의료기관에 공급하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 김주한 의무이사는 "국내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녹십자와 보령바이오파마, 일양약품, 한국백신 등은 대부분 NIP 물량을 공급하는 기업들"이라며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을 생산하지 않으면서 그 영향을 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노피가 생산하는 독감 백신은 대부분 소아청소년과 물량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독감 시즌에는 물량이 남았는데 올해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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