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실패로 기대감이 낮아진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 개발에 훈풍이 불고있다.
NAFLD 신약으로 개발 중인 펨비두타이드(Pemvidutide) 및 NASH 신약 레스메티롬(Resmetirom) 모두 최근 공개된 임상에서 긍정적인 성적표를 보이면서 기대주로 자리매김한 것.
특히 레스메티롬은 3상에서 MRI-PDFF, LDL-C 등 지표에서 강력한 효과를 나타내며 '첫 신약' 탄생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5일 의학계에 따르면 국제 간 회의(International Liver Congress, ILC 2022)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과 관련 체중 및 지질 감소에서 강력한 개선 효과를 보인 펨비두타이드 임상 1상 결과가 공개됐다.
펨비두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GLP-1)과 글루카곤의 이중 작용제로 GLP-1로 식욕을 억제하는 한편 글루카곤으로 지방 소모를 촉진한다.
임상 1상은 단일 투약 용량 및 용량 변화군 두 가지로 진행됐다. 체질량 지수(BMI)가 25~40인 70명을 모집해 이들 중 34명은 상승 용량에, 나머지는 단일 용량에 배정됐다.
12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피하 주사로 총 3회 분량이 투약됐는데 7명의 참가자는 1.2mg, 9명은 1.8mg, 11명은 2.4mg, 나머지 7명은 위약을 받았다.
참가자들의 평균 체질량 지수는 30~31이었고, 지질 수치는 정상을 벗어난 상태로 임상 기간 동안 칼로리 제한 및 생활습관 교정은 없었다.
분석 결과 위약 대비 모든 펨비두타이드 용량군에서 명확한 체중 감소가 관찰됐다. 12주차에서 위약군의 체중 감소는 1.6%에 그친 반면 1.2mg, 1.8mg, 2.4mg 펨비두티드 용량군은 각각 4.9%, 10.3%, 9.0%의 체중 감소를 나타냈다.
특히 2.4mg 투약군에선 89%의 환자가 체중 감소 목표치를 달성하는 등 최적 효과를 나타낸 반면 1.8mg은 30%만이, 위약군에선 20%가 목표치를 달성했다.
체중 감소와 더불어 지질 및 지방간 수치의 변화도 관측됐다.
기준선부터 12주차까지의 혈청 지질 수준은 위약보다 펨비두타이드 치료에서 더 크게 떨어졌다. 1.8/2.4mg 투약군에서 총 콜레스테롤이 27%, LDL 콜레스테롤은 25%까지 감소했고, 1.2/1.8mg 투약군에서 중성지방은 37% 하락했다.
특히 5% 이상 간-지방 비율을 가졌던 참가자 8명 중에서 5명은 지방간이 90% 이상 감소, MRI-PDFF(양자밀도 지방비율 검사)에서 검출 불가 한계인 1.5% 미만까지 하락했다.
이상반응은 구토와 메스꺼움 등으로 중증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한편 NASH 신약 레스메티롬의 효과를 살핀 MAESTRO-NAFLD-1 임상 3상도 ILC 2022에서 공개되며 최초의 NASH 치료제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임상은 간섬유화를 동반한 미국인 NASH 환자 1143명(MRI-PDFF 17~18%, 2형 당뇨병환자 49%)을 80mg, 100mg, 위약군으로 나눠 ▲LDL-C(24주) ▲아포지단백B(ApoB, 24주) ▲간지방분율(MRI-PDFF, 16주) ▲중성지방(TG, 24주) ▲간섬유화 스캔(VCTE, 52주) 각 지표의 변화를 살폈다.
분석 결과 100mg 투약군에서 24주차 LDL-C, APOB, TG 수치는 각각 -14.4%, -16.6%, -21.5% 감소했고 16주차, 52주차에서 MRI-PDFF는 -48%, -48%, 52주차 VCTE는 -42%를 달성했다.
105명을 대상으로 오픈라벨로 진행한 임상 역시 MRI-PDFF, LDL-C 및 기타 지질 지표의 감소뿐 아니라 간경변 중증도와 무관하게 73%의 환자가 간 용적을 최소 15% 이상 감소시켰다.
또 다른 레스메티롬 임상 3상은 섬유화를 동반한 2000명의 NASH 환자에게 52주간 80/100mg 투약을 진행하고 있다. 2b상에선 간지방량의 유의미한 개선이 관찰된 바 있다.
레스메티롬의 효능과 관련한 최종 결과는 올해 말 보고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MAESTRO-NAFLD-1 임상의 긍정적인 결과는 레스메티롬이 심각한 간섬유증을 가진 NASH 환자에게 승인된 첫 신약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장재영 간학회 정책이사는 "임상 현장에서 NASH 및 NAFLD에 대한 미충족 치료 수요는 항상 있어왔다"며 "펨비두타이드, 레스메티롬 모두 임상 결과만 놓고 보면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MRI-PDFF에서의 수치 감소가 실제 생검에서의 재현될 수 있는지, 실험군을 늘리거나 다양한 인종을 포함시켰을 때도 비슷한 효과가 관찰되는지 등의 변수가 있다"며 "그간 기대주로 꼽혔던 신약 후보군들이 실패로 귀결된 사례들이 있어 최종 결과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용화 이후에도 안전성 문제로 퇴출된 사례들이 종종 있다는 점에서 신약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2~3년간 간질환 신약 개발에 해외는 물론 국내까지 뛰어든 것은 그만큼 시장성이 크지만 개발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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