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이송 헬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집중치료실, 당직 수당, 전문 인력 지원.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죽음에 내모는 심뇌혈관 관련 사망은 대부분 시스템 문제라고 생각했다. 지방에는 전문 인력, 집중치료실, 거점 병원, 응급 이송 시스템이 없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시스템만 뒷받침되면 '골든 타임' 확보는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통 큰 지원이라는 결단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최근 대학병원에서 근무중인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수술할 의료진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촌극을 벌일 끝에 해당 간호사는 운명을 달리했다. 글로벌 메디컬, 최고의 진료를 표방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일어난 사고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상급종합병원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앙응급의료센터·권역응급의료센터 또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아야 한다. 응급 환자 발생 시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다는 뜻. 응급 환자 발생에 대한 대처 매뉴얼도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이런 시스템은 정작 사건 발생 당일 작동하지 않았다.
간호사의 뇌출혈 발생 수술을 진행할 신경외과 전문의 등 담당 인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뇌혈관 사고 발생 시 골든 타임 내 병원 이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의료계가 정작 의료기관 내 발생사고에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 단순히 의료진의 휴가나 학회 참석과 같은 일정이 겹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라고 하기엔 왜 그날 우연이 겹쳐야만 했는지에 대해선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없다.
병원 명과 지역만 바꾸면 비슷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의료진을 찾아 전국을 떠돌다 객사했다던 응급 환자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대한민국 대표병원도 응급 환자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마당에 지방병원에 과연 시스템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지방병원에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반복된 환자의 '객사 사고'를 정부 책임과 부족한 지원 탓으로만 돌리기엔 자성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 반성해 볼 부분도 있다는 뜻이다. 그간 급성심근경색 환자와 관련한 대책 토론회에서 의료계 스스로 개선할 부분을 찾자는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에 대해선 국가가 책임지고 체계를 갖춰야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이 제시한 확고한 해결책이었다.
병원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응급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답이 아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도, 충분한 지원도 언제나 디테일 속에 허점은 늘상 있기 마련이다. 지원 부족 탓 대신 의료진의 역할에 대해 반추해야 한다.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리는데는 시스템보다 의사의 역할과 비중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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