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원에서 대규모 직원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노바티스가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희망퇴직(이하 ERP) 절차에 돌입한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한국노바티스(이하 노바티스) 사측과 노조는 ERP와 관련해 면담을 진행했다.
이미 노바티스는 지난 6월 글로벌 조직개편을 선언하면서 제약사업부와 항암사업부를 통합하는 대대적인 조정에 들어간 상황. 전 세계 8000명 직원을 축소한다는 계획으로 부서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인력을 줄여 2024년 내 10억달러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다.
결국 한국법인역시 두 부서 통합 후 업무가 중복되는 법률팀, 인사팀, 마케팅팀, 영업팀 등을 대상으로 한 ERP가 예상돼 왔다.
현재 양 측의 비밀유지 조건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노바티스의 공식 발표이후 공개될 예정이지만 내부적으로는 8월말 혹은 9월 초부터 추석 전까지 ERP 신청을 받을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공식발표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보상조건은 '2n+12(근속연수의 2배에 12개월 치 월급을 더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ERP는 노바티스 한국법인의 사업변화가 아닌 글로벌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만큼 특정 부서를 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광범위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노바티스 내에서도 영업직 규모가 가장 큰 가브스(성분명 빌다글립틴) 같은 치료제가 특허분쟁을 마치고 올해 본격적으로 제네릭이 등장했다는 부분 등은 ERP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측이 예상하고 있는 ERP 규모는 예상을 웃돌고 있다는 게 노바티스 관계자의 설명. 그러나 사측은 노조와의 면담에서 개인면담을 통한 압박은 없지만 부서 재배치를 위한 대기는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노바티스가 ERP를 위한 큰 가이드라인은 설정했지만 이를 맞추기 위한 무리한 ERP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ERP와 구조조정 진행에 따라 일부 직원은 부서 재배치의 과정에서 대기 기간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이미 임원의 경우 대부분 마무리 된 것으로 인지한 상태로 직원들은 각자 상황에 따른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면담은 없다고 했지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박도 일부 존재한 상황에서 공식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GSK 외에도 노바티스와 화이자 등 주요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에서 ERP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국제약바이오노동조합(이하 NPU)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
앞서 한국노바티스노동조합 안덕환 위원장(NPU 의장)은 "국내에 진출한 외자사가 글로벌 지침을 완전히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각 나라의 실정법을 어기면 안 된다"며 "가령 노바티스의 조직합병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줄일 수는 있지만 이미 신규 직원을 뽑지 않은지 2~3년 된 상황에서 인위적인 조정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 위원장은 ERP가 구체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준수 여부 등을 지켜보겠다고 언급했다.
안 위원장은 "강압적인 면담은 없을 것으로 이야기를 들었고 원론적으로 희망퇴직이기 때문에 희망자에 한해서만 진행된다면 제지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대기발령의 경우도 퇴사가 아니라 조직변경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지만 퇴사를 목적으로 진행 된다면 문제가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을 지키는 한도에서 노조는 우선적으로 진행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며 "향후 법을 어기게 되면 쟁의든 물리적인 투쟁 등의 조치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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