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제 개발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
최근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중인 치매 치료제 레카네맙 3상 탑라인 결과가 공개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이 신경 독성을 유발, 치매의 주 원인이 된다는 가설)에 대한 의혹을 씻은 것은 물론 같은 기전으로 이미 허가된 아두헬름을 효과면에서 앞서, 승인은 사실상 시간 문제라는 것.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병세가 진행되기 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의 필요성까지 확인하는 등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다만 병세의 진행을 늦추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완치 개념의 치료제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상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합리적일까. 양동원 치매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레카네맙 임상 3상(Clarity AD)은 일본과 미국, 중국에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약제 투약 18개월 후 임상치매척도(CDR-SB)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임상 결과를 놓고 보면 레카네맙은 위약 대비 약 27%의 인지기능 저하 개선이 보고됐다.
이와 관련 양 이사장은 "아직 구체적인 수치가 다 나온 것은 아니지만 27%의 CDR-SB 개선 효과는 기존 약물 대비 만족할 만한 수치"라며 "특히 아밀로이드를 직접 제거하는 기전의 약이 이 정도 효과를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같은 아밀로드 베타 기전의 약물인 아두헬름 임상은 중간 분석 단계에서 중단됐다가 용량을 바꿔 추가 진행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반면 레카네맙은 같은 기전의 약물로 깔끔하게 임상을 마무리했고 기존 약제 대비 효과면에서 앞섰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는 결과"라고 말했다.
아두헬름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 감소 폭은 22%였지만 효과를 두고 전문가들간 이견이 많았다. 비슷한 수치인 27%를 기록한 레카네맙은 효과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양 이사장은 "아두헬름은 인지기능 저하를 22% 낮췄고 레카네맙은 27%이기 때문에 대중들이 보기에는 비슷해 보일 수 있다"며 "그렇다고 두 약제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두헬름의 효과 논란이 불거진 주된 이유는 임상이 중단됐다가 다시 재개된 그 과정에 있다"며 "중간에 용량도 바뀌었고 용량 변화 부분에서 일관된 효과가 관찰된 것도 아니어서 논란이 촉발됐을 뿐 22%라는 감소폭 자체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아두헬름의 실수 사례를 교훈 삼아 레카네맙 임상은 철저히 기획되고 잘 수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인지기능 저하를 27% 가량 늦춘 것은 효과적인 치매 약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의 토대가된 연구 논문의 데이터 조작설이 나오면서 가설에 대한 신뢰도가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번 임상이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양 이사장은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의 토대가 된 연구에서 데이터 조작이 문제가 된 부분은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며 "해당 연구에선 올리고머*56을 찾을 수 있지만 다른 연구에선 이 부분이 재현이 안 돼 문제가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은 기존에도, 현재에도 유효한 가설"이라며 "따라서 이번 임상이 의의를 지니는 부분은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 대한 신뢰성 회복이 아닌, 임상 대상자의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카네맙 3상이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이 일어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까닭에 병세 진행 이전의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다면 보다 더 극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
양 이사장은 "레카네맙이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곤 하지만 영상 촬영에서 양성 반응을 보일 정도면 뇌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기 전 위험군을 선별해 임상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실제 일부 제약사들은 이미 이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레카네맙 임상 3상 결과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내릴 수 있다"며 "임상 전문가가 보기엔 굉장히 큰 진전을 이룬 것인데 이런 내용이 부각되지 않는 것 같아 오히려 의아하다"고 말했다.
효과만 부각됐지만 레카네맙은 부작용과 편의성 면에서도 아두헬름에 우위를 점한다는 부분도 눈여겨 봐야한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약제의 성공 요소에는 편의성 및 부작용도 중요한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양 이사장은 "아두헬름의 경우 간혹 뇌 혈관 손상을 통한 출혈, 부종과 같은 부작용들이 보고되는데 레카네맙은 이런 수치가 아두헬름 대비 30%에 그친다"며 "아두헬름은 정맥 주사 방식이라 의료기관 방문이 필수적이지만 레카네맙은 피하주사 방식이라 자가주사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풀 데이터에서도 탑라인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내놓는다면 아두헬름이 허가를 받은 이상 레카네맙의 승인은 시간 문제"라며 "성공적인 품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가격이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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