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코로나와 독감이 결합된 복합백신을 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화이자, 모더나 등 여러 제약사가 코로나 2가 백신 이후 후속 제품으로 독감과 코로나를 한 번에 접종하는 복합(Combo)백신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우선 이에 대한 선점 효과는 역시 기존에 코로나 백신을 만든 제약사들이 잡고 있다. 우선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mRNA기반 인플루엔자 및 코로나 복합백신 후보물질 임상 1상에 들어간 상태다.
해당 임상은 현재 3상이 진행 중인 화이자 4가 변형 RNA 기반 인플루엔자 백신 후보물질 'qIRV'와 오미크론 대응 2가 '코로나' 백신으로 승인받은 'BNT162b2'(원형/오미크론 BA.4/BA.5 변이) 백신을 복합한 것으로 미국에서 18~64세 성인 18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노바백스나 모더나 등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 역시 코로나와 독감을 결합한 콤보백신 개발에 나선 상태다.
가장 먼저 콤보백신 1상 개시 사실을 알린 노바백스는 4가 독감 백신을 결합한 콤보백신(CIC·COVID-Influenza Combination) 의 안전성 및 면역 원성을 확인했다.
임상은 호주에서 50~70세 사이의 노인 64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연구결과 콤보가 코로나 및 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 원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임상 참가자는 모두 이전에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다.
모더나 역시 지난 7월 진행한 간담회에서 독감백신 개발은 임상 3상, 코로나 백신과 독감 백신이 합쳐진 콤보백신 개발은 1상이 진행 중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모더나 폴 버튼 최고의학책임자는 "독감 백신의 경우 신속하게 출시한다면 서로 다른 8개의 항원을 대응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2023년 말이나 2024년에 콤보백신을 출시하고, 궁극적으로는 2024년 말에 코로나‧독감‧RSV 등 3개 질환을 한 번에 해결하는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래 환경 콤보백신 필요성 증가 …가능성 탐색"
국내 역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mRNA 후속 백신 개발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신·변종감염병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사업단(이하 사업단)'을 통해 총 9개의 제1차 신규과제를 선정하고 연구 개발에 착수한 상황.
해다 사업의 공식적인 목표는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는 mRNA 백신 개발 기반 구축이지만, 실제 계획은 '향후 팬데믹으로 인해 특허가 풀리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과 '콤보백신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정부가 국내 기업과 연구진과 함께 mRNA 백신 플랫폼을 개발해 팬데믹으로 인한 특허 무력화에 대비하고 콤보백신 등의 개발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미.
국내외적으로 제약사들이 콤보백신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코로나 대유행이 끝자락에 와있다는 평가와 함께 코로나의 풍토병화 이슈로 독감과 코로나에 대한 백신 동시 접종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향후 혼합백신이 개발 될 경우 가지 호흡기 병원체들에 대응하는 백신 접종을 간소화해 주면서 두 질환에 대한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모더나 리타 나스 부사장은 "코로나가 없어지지 않고 독감처럼 계속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통해 콤보백신을 개발 중이다"며 "한 번의 접종으로 두 종류의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어 백신의 보호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바이오엔테크 우구르 사힌 대표는 "2개 적응증을 하나의 백신에 복합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두 가지 중증 호흡기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이번에 공개한 자료가 한 가지 이상의 병원체에 대응하기 위한 mRNA 백신의 잠재성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후속 백신을 개발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미 화이자와 모더나가 선점한 코로나 백신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콤보백신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기고 있다.
국내 상황으로 눈을 돌려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이 국내 자체 개발 코로나 백신을 만든 바 있지만 아직까지 접종률은 저조한 상태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27일부터 시작된 코로나 백신 동절기 접종 백신을 기존 백신에 대한 3·4차 접종보다 오미크론에 대응해 개발된 mRNA 2가 백신(화이자, 모더나) 접종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mRNA 백신 접종 금기·연기대상자 또는 mRNA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경우 노바백스 등 유전자재조합 백신도 보조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난 6일 기준 동절기 접종에서 ▲모더나 백신 119만1644건 ▲노바백스 백신 1만6398건 ▲스카이코비원 1319건 순의 접종률이 큰 차이를 보였다.
노바백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부스터샷 등을 통해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돌파구를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콤보백신 개발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관계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스카이코비원 접종을 독려하되 다가백신과 콤보백신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콤보백신 개발 넘어야할 허들 많다"
그렇다면 실제로 독감과 코로나가 결합된 콤보백신 개발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예상보다는 개발이 더 늦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백신으로 두 가지 백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형을 완성시키기까지는 여러 허들이 존재한다는 것.
강진한 가톨릭대 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장은 "독감 백신은 바이러스를 키운 다음 스플리팅(splitting)해서 정제시키는 아단위(서브유닛) 백신이고 코로나 백신은 mRNA를 기반으로 한다"며 "DTP 콤보백신과 같이 다제항원을 가지고 할 때도 중화할 수 있는 버퍼 기술 등에 대한 개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아직 mRNA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독감 백신 개발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말 그대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만큼 기반 기술을 만드는데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의미.
여기에 노바백스나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이 기존의 백신에 활용된 단백질 재조합(합성항원) 방식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다.
강 소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같은 서브 유닛 백신이라 같은 계통의 기술 기반이면 소위 더 용이할 수 있을 것이라 추정하지만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같은 양에 항원이 유지되고 면역원성을 유발해야하는데 코로나 백신이 개발이 된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콤보로 개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도 "초기 연구에서 항체가 생겼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믿고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겠지만 실제 임상 결과는 다를 수가 있다"며 "백신을 만드는 것이 하나씩 합치면 두개가 되는 단순한 개발이 아니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결국 백신 접종의 일반적인 원칙인 접종 회수를 줄이기 위해 콤보백신 개발 도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효과는 물론 안전성 담보가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마 부회장은 "백신은 가능한 접종 횟수를 줄이는 것이 원칙이고 제약사 역시 가능한 여러 종류의 성분이 들어있는 주사를 한 번에 맞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mRNA 백신은 상대적으로 만들기가 쉬울 수 있지만 결국 이상반응 등의 안전성 문제가 있는 만큼 고려할 점이 많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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