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유전성 대사질환인 파브리병의 진료 지침 제정에 나섰던 학회들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 다학제적인 논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일부 학회의 주도로 의견 수렴 및 조율이 쉽지 않다는 것. 보통 1년이 소요되는 지침 제작 기간을 넘겼지만 여전히 완성 시점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9일 의학계에 따르면 파브리병 진료 지침 제정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파브리병은 리소좀 효소의 결핍에 따라 발생하는 선천성 대사장애 질환이다. 전신에 작용하기 때문에 흔히 보이는 이명이나 신경통, 각막 혼탁으로 시작해 피부과적 증상, 소화기계 증상, 신장, 심장에 걸쳐 여러 증상들이 비특이적으로 나타나 진단이 매우 어렵다.
파브리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으로 신장, 심장 계통에 기능 장애 발생이 빈번한다는 점에서 관련 학회들은 2020년부터 지침 마련에 나선 바 있다.
특히 해외에서 경구제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거나 유전자 검사를 통해 효소 결핍이 확인되면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주사제 및 합병증 진행 여부에 따라 보험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공신력 있는 학회의 지침 마련 여부에 기대감을 모은 것. 다만 완성 시점은 미지수다.
학회 관계자는 "연구회에서 지침 제정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며 "신장 학회 주도로 개발되고는 있지만 다학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참여한 위원들간 의견을 일치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장학회는 다양한 장기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신장 전문의 중심이 아닌 다학제적인 워킹 그룹을 통해 지침을 개발한다는 취지를 내세운 바 있다.
보통 진료지침위원회나 연구회가 신설되면 이를 통해 1년 안팎으로 지침이 완성되는 경향을 볼 때 지침 완성까지 늦은 감이 있는 것.
심장학회는 다학제 논의 대신 심장 중심으로 지침으로 선회하기로 했다. 관련 연구회를 준비 중이라는 점에서 실제 지침 완성까지는 수 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심장학회 관계자는 "파브리병이 여러 과에 걸쳐있지만 희귀한 질환이기 때문에 각 진료과의 관심은 적다"며 "다학제적인 논의를 통해 지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심장 분야에 한정해 의견을 모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제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각 진료과 별로 보험 급여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진료과마다 생각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심장 쪽 지침부터 마련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파브리병을 포함한 희귀질환 연구회를 구성하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희귀 심장 질환의 일환으로 파브리병을 포함해 여러 질환에 대해 지침을 만들겠지만 완성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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