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필수의료 인력 확충, 수도권·지방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필수의료 지원책을 내놨지만 인력 관련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메디칼타임즈가 개최한 '필수의료와 건강보험 건전화 대책 긴급 진단'을 주제로 마련한 2023년도 특집 좌담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수련교육 질 담보를 통한 전공의 정원 조정 ▲확실한 보상과 유인책 ▲학회를 통한 권역별 전문의 관리·배치 등 방안을 제시했다.
신년 좌담회에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와 대한외과의사회 민호균 보험이사.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병원장,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전공의 재분배는 안일한 대책…소청과엔 '무용지물'
이들은 필수의료과 전공의 정원을 지역에 따라 재분배하는 대책과 관련해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했다.
대전협 강민구 회장은 수련의 질 보장과 이를 위한 교수진 고용안정성 확보를 강조했다. 또 권역별 전공의 TO를 통폐합해 한 병원에 모으는 방안을 제안했다. 중앙 역할을 하는 수련병원이 전공의를 관리하면서 다른 수련병원과 연계해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강 회장은 "공공임상교수제는 고용안정성 문제로 유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담의가 있어야 교육 받을 때 도움이 된다"며 "수련 교육의 질만 생각하면 권역별로 전공의 TO를 통폐합해 큰 병원에 보내고 다른 병원과 연계하는 식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정원 재분배는 수련의 질이 보장된 상태에서 조정해야 한다. 전공의 입장에선 오히려 수련병원이 너무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기본적으로 규모가 있어야 수련이 가능한 만큼, 정원 재분배와 수련병원 통폐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외과의사회 민호균 보험이사는 전공의 정원 재분배가 오히려 필수의료 문제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빅5병원 정도만 겨우 필수의료과 정원을 채우는 실정인데, 이마저도 강제로 재분배하면 그나마 버티는 곳도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다.
민 보험이사는 "전공의 재분배가 누구를 위한 조치인지 의문이다. 결국 인력이 없어 전공의를 노동력으로 쓰겠다는 뜻인데 전공의가 가겠느냐"며 "인기과는 지역과 상관없이 정원이 찬다. 이런 방식은 그나마 버티는 빅5병원으로 버티는 필수의료 전공의들을 포기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례로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소아청소과 전공의 10명이 합심해서 지원했다"며 "이는 전공의 10명은 있어야 당직이나 업무가 수월해지기 때문인데 이들을 강제로 찢어 각지로 보내면 버티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병원장 역시 전공의 정원 재분배가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 병원장은 "현장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런 발상 자체가 안일하다고 본다"며 "같은 전공이어도 상급종합병원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게 맞는 의사가 있고 일차의료를 담당해야 하는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수련병원이라도 종별에 따라 배우는 내용이 달라야 한다고 본다. 수련 자체가 달라져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자율적으로 가져가도록 유인해야 한다"며 "또 지역에 따라 인력을 구하는데 필요한 비용에 차이가 있어 대학병원 분원도 지역별 차등수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 이 같은 논의는 소아청소년과와 하등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소청과는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지원율이 16.6%에 그쳐 이미 붕괴상태라는 이유에서다.
김 이사장은 "인력 재분배는 유입이 있는 상황에서나 유의미한 논의다. 이미 수련병원들은 소청과 전공의 지원을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라며 "의료인력을 분배하려면 적어도 지원자가 정원을 넘어서야 한다. 경쟁률이 높은 진료과는 지방으로 보낼 수 있겠지만 그 지역에 남아있을지는 미지수여서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방이라고 무조건 수련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며 어떻게 수련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인위적으로 할당해 되는 문제가 아니고 지방이 먼저 전공의 불러 모으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메리트가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재분배해봐야 아무 의미 없다. 차라리 일본처럼 수도권과 지방 수련병원이 전공의를 교환해가며 수련시키는 방식이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피과 문제 해법은…"필수질환별 유인책 마련해야"
기피과 전공의 미달 사태를 개선하기 위한 제언도 있었다. 고된 수련과정을 버텨야 할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힘들어도 목표와 전망이 있으면 버틸 수 있다. 적어도 평균을 유지하면서 정년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소청과는 전망이 없으니 무너진 것"이라며 "지금처럼 시장논리로 인건비를 지불해선 안 된다. 특히 소청과는 수가 너무 낮은데 이 때문에 지방에서 노력해도 더더욱 열악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련의 질 개선은 지방과 병원이 노력해야 할 문제지만 이런 노력을 위해선 지원이 있어야 한다. 병원에서 소청과가 천덕꾸러기가 아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일례로 신생아과 수가가 100% 오른 뒤 병원이 수익이 되니 병상을 늘리고 교수를 뽑았다. 적어도 업계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보험이사는 정원이 채워져도 세부전공에서 수익을 따라가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를 진료과가 아닌 질환별로 보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의 유인책으로 흉부외과 지원율 자체는 늘었다. 하지만 개심술 등 심장·폐를 수술할 의사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외과 지원율도 60~70%가 채워졌는데 전공의들이 필수의료가 아니라 돈 되는 쪽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모든 의료 수요를 감당한다는 것은 허구다. 하지만 정부는 보장성을 강화한다면서 비급여는 규제하고 있는데 이는 이뤄질 수 없는 목표"라며 "이를 인정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의지가 있는 의사부터 지원해야 하며 관련 구분이 진료과가 아닌 질환별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입원전담전문의 미비점은…"재정 재분배 말고 지원하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와 관련해 패널들은 그 방향성엔 동의하면서도, 효과를 보기 위해선 관련 비용을 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현재 입원전담전문의는 고용이 불안정해 지원율이 저조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들을 무턱대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이후 업무 변동 시 병원에 잉여인력이 발생할 수 있어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봤다.
질환별 전문의의 병원 간 순환교대 당직체계와 관련해선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학회 차원에서 전문의 인력을 관리해 권역별로 배치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김 병원장은 "신경외과·뇌혈관 등 두 개의 분과 학회에서 TFT 팀을 만들어 중증응급뇌혈관질환 치료 조직화를 구상하고 있다"며 "개별 치료가 아닌 전국적인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을 20개 권역으로 나눠 각 지역의 병원을 두 학회가 인증해주는 식인데, 인증병원은 소속 전문의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보고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권역별로 어느 병원이 어떤 수술·시술 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실효성이 있는 것은 이 같은 방안으로 각 진료과 자율에 맡겨야 제대로 된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바라는 대책과 관련해 강 회장은 국민건강보험 수익구조 개편과 조세기반 보조금을 촉구했다. 또 상급종합병원 필수의료과 전문의 채용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보험이사는 수가를 기존 파이에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관련 논의에서 현장 목소리를 경청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 이사장은 의료구조는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며 사활을 걸고 소청과가 붕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 병원장은 지금 상황을 '사시관종'이란 사자성어에 빗대며 중증응급필수의료 논의를 시작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했다. 또 이를 위해 재분배가 아닌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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