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슐린 생성 기능을 못 하는 베타세포를 줄기세포 이식으로 대체하는 당뇨병 치료 신기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다발성 경화증(MS)에서도 줄기세포 이식 가능성이 확인됐다.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자가조혈줄기세포 이식 3년 후 장애상태 척도가 35% 개선되고 또 유지됐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치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평가다.
이탈리아 제노바대 지아코모 보파 등 연구진이 진행한 활동성 2차 진행성 MS 환자에 대한 조혈모줄기세포 이식 임상 결과가 국제학술지 Neurology에 21일 게재됐다(doi.org/10.1212/WNL.0000000000206750).
MS는 뇌, 척수, 시신경으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질환으로, 환자의 면역체계가 건강한 세포와 조직을 공격해 발생한다.
명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및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경우 양쪽 시각 상실을 비롯해 운동장애, 배뇨 장애, 균형장애 등 중추신경계가 받은 영향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증상 완화 이후에도 재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조혈모줄기세포 이식 관련 임상이 중요한 건 증상 완화 및 재발 빈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스테로이드 치료, 혈장 교환술 등의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줄기세포로 돌파하고자 했다는 점.
작년 6월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공개된 버텍스 제약사(Vertex Pharmaceuticals)의 VX-880 역시 줄기세포를 활용한 췌도 세포 대체 치료법으로, 줄기세포 이식 후 완치에 준하는 지속적인 인슐린 투여량 감소 및 정상 범위 혈당 수치가 관찰된 바 있다.
제노바대 연구진은 2차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 자가조혈줄기세포이식(AHSCT)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SPMS의 장기 장애에 대한 표준치료(DMT)와 AHSCT의 효과를 비교했다.
연구 종말점은 줄기세포 이식 후 장애 악화 정도는 확장장애상태척도(EDSS) 점수의 변화로 이식 후 EDSS 추이 및 장애 개선 정도를 살폈다.
줄기세포 이식 환자 79명과 기타 표준치료를 받은 환자 1975명을 비교한 결과 줄기세포 이식 환자에서 6개월 확정장애진행(CDP) 발생까지의 시간이 약 두배 가량 길어짐을 확인했다(HR 0.5).
특히 이식 환자의 62%는 5년간 장애 진행이 없었고 10년간 장애 개선 정도를 살핀 EDSS에서도 줄기세포 이식 환자군에서 개선 정도가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번 임상을 통해 활동성 2차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 대한 줄기세포 이식이 표준 면역 요법 대비 장애 진행이 느려지고 장애 개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줄기세포 이식은 장애 진행이 확인될 때까지의 시간을 연장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증상의 완화에 그치는 표준치료, 약제 투약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의학계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당뇨병학회 관계자는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생성 베타 세포가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에 평생 인슐린을 투약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며 "이에 상태의 유지, 보존에 그치는 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수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췌도 베타 셀을 인간의 만능줄기세포와 분화를 통해 만들어 이식하는 방법도 그 일환으로 시도되고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치료 및 완치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료진의 기대감이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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