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에 혈액암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암질심 구조상 혈액암 약제에 대한 충분한 심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게 관련학회의 지적.
임상현장에서 고형암 대비 혈액암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의견이 있었던 만큼 혈액암위원회의 신설을 통해 심도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특정 임종만을 위한 위원회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학회는 이 경우 혈액약제 심의위원회의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혈액학회는 심평원과 복건복지부에 혈액암위원회의 신설과 관련된 제안을 건넸다.
현재의 암질환 심의위원회는 고형암과 혈액암의 구분 없이 한자리에서 심의하게 된다. 심의위원회 참석자는 '심평원 실무관계자 + 고형암 전문의 (6-8명)+ 혈액암 전문의(2명)'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과거 암질심은 18명의 고정위원제로 구성돼 있었지만 진료 분야가 전문화 세분화 되면서 지난 2019년 12월부터 풀(당구)제로 변경됐고 45명 이내(현재 42명)의 위원을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혈액학회는 현재 심의위원회 구성원 중 전문의는 고형암이 대부분인 상황으로 혈액암 전문의는 최대 2명 구성에 이마저도 업무가 많아 참석이 어려운 경우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암질심 위원장은 항상 고형암 전문의로, 구성이 고형암 전문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약제에 대한 심의가 고형암 전문의의 의견으로 결정된다는 의견.
대한혈액학회 김성용 보험이사(건국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문제는 참여한 고형암 전문의는 혈액암 환자를 거의 보지 않는 '혈액암에 대해서는 비전문가'라는 점"이라며 "혈액암은 고형암에 비해 매우 낮은 빈도로 발생하고 다양한 종류를 가지고 있어 혈액암 전문의가 아니고는 질환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얻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가령 혈액암은 고형암과 달리 진행된 암일지라도 항암치료 및 조혈모세포이식이라는 강력한 치료법으로 인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 많고, 고형암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혈구감소증과 같은 질환 관련 문제 발생으로 환자들이 생명을 잃거나 삶의 질이 떨어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김 보험이사는 "일부 고형암 전문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으로 심지어 혈액암 전문의사의 의견을 틀리다고 피력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마일로탁(성분명 겜투주맙오조가마이신),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 조스파타(성분명 길테리티닙) 등 치료제와 다른 항암제와의 병합 그리고 벤클렉스타(성분명 베네토클락스)와 다코젠(성분명 데시타빈)의 병합요법의 보험급여 불허와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와 같은 일부 항암제의 보험급여 지연 등이 혈액암 전문의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서울 A상급종합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혈액종양내과라는 한 분과로 돼 있어서 같이 심사를 하지만 혈액암 전문의가 고형암을 잘 모르듯이 반대도 마찬가지다"며 "가령 부분반응이라는 것도 백혈병은 부분반응이라는 개념자체가 없는데 용어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해도의 차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혈액학회가 정부에 전달할 제안은 '심평원 실무자 + 혈액암 전문의'로 구성된 혈액암위원회의 신설이다.
혈액질환을 보는 의사로 구성된 '혈액암 또는 혈액질환 심의위원회'가 신설될 경우 혈액암 질환의 특성에 맞는 약제 급여 심의는 물론 고형암과 같은 기준으로 천편일률적인 약제 심의하지 않게 돼, 혈액암 환자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보험급여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의견이다.
심평원, "혈액암 위원 증원 검토…별도 위원회 구성 쉽지 않아"
다만, 심평원은 이러한 학회의 의견과 관련해 혈액암 심의 안건 증가에 따른 위원 증원 필요성 검토를 언급하면서도 특정 암종을 위한 위원회 구성은 어렵다고 밝혔다.
심평원에 따르면 과거 고정위원제로 운영될 때는 암전문가 15명 중 혈액암 위원이 1~2명이었지만 풀(Pool)제로 바뀌면서 그간의 암종별 안건 현황을 고려해 암전문가 35명 중 혈액암 위원이 9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구체적으로 9명 중 5명은 성인 혈액암 위원, 4명은 소아 혈액암 위원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현재 풀 제에서 매 회의 시 참석위원 18명 중 암전문가 15명의 경우 안건에 따라 각 암종별 참여위원 비중을 조정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회의 안건에 따라 고형암의 경우 암종별 1~2명의 위원이 참석하는 반면 암종 특성을 고려해 혈액암은 2명에서 최대 5명까지 참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아래 임상적 유용성 등을 고려해 급여 우선순위와 범위를 정하고 있는 만큼 암종간 약제 형평성을 위해 보건의료 전문가, 약학전문가, 식약처 위원 등으로 전체 위원을 구성하고 모든 암종 위원의 참여를 독려하는 있다는 게 심평원의 입장.
심평원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특정 암종만을 위한 위원회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근 혈액암 심의 안건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올해 말 10기 암질심 위원 구성 시 암종별 현황을 고려해 혈액암 관련 위원 증원이 필요할지 검토해 보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혈액학회는 전문가 풀(Pool)에 혈액암 전문의를 더 많이 배정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혈액암 전문가가 의견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대한혈액학회는 "병원마다 혈액내과 전문의 인력난이 있는 상황에서 암질심 논의에 참가할 수 있는 혈액암 전문가는 고형암 전문가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다"며 "또 혈액암과 상관없는 고형암 약제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인 현 암질심에 참여하다는 점도 어려운 점 중 하나다"고 말했다.
끝으로 학회는 "혈액암 항암약제만의 논의하는 암질환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면, 양성 혈액질환과 통합해(양성 및 악성 모두 포함) 혈액 약제 논의를 할 수 있는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주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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