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등에 따라 투자 시장이 위축되며 의료기기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속절없이 쪼그라들면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의 매력도 급속도로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스톡옵션을 카드로 주요 인력의 확보와 유지에 나섰던 기업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 최후의 카드까지 무용지물이 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무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13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4차 산업 혁명과 코로나 대유행을 타고 급속도로 성장하던 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이 스톡옵션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A기업 대표이사는 "사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능력있는 C레벨급 인사의 연봉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때 사용하는 최후의 보루가 바로 스톡옵션과 지분 배당"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사의 미래가치를 담보로 같이 키워서 같이 먹자는 제안인 셈"이라며 "하지만 몇 달만에 뚝뚝 떨어지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로 인해서 이 카드가 힘을 잃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 기업은 이미 시리즈C 투자를 마치고 IPO(기업공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예상외로 지나치게 떨어지자 이같은 계획을 사실상 무기한 보유한 상태.
오히려 후기 투자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너무 떨어지면서 사실상 IPO를 진행할 수 있는 동력 자체를 잃었기 때문이다.
A기업 대표는 "실제 비전이 구체화되기 전 당시보다 가치가 더 떨어진 상황"이라며 "제대로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바에 일단 버텨보자는 것이 구 투자자와 주관사의 의견"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당장 IPO를 바라보며 버티던 임직원들"이라며 "특히 스톡옵션 등의 행사를 기대하던 임직원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A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B기업의 경우 IPO 계획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이미 주요 임원들의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가치가 반토막 이하로 급하락하면서 스톡옵션과 지분에 대한 가치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상장한 의료기기 및 바이오기업들이 공모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한데다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스톡옵션 행사가가 오히려 주가보다 낮은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이유.
가령 기업가치가 1조원일때 스톡옵션 행사가가 2만원으로 추정됐다면 지금은 기업가치가 5000억원 이하로 줄어들어 버린데다 그나마 공모가를 더 낮춰잡는 기류가 강하다는 점에서 잘못하면 행사가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예정대로 IPO를 진행한다 해도 스톡옵션과 지분 가치가 바닥이라는 점에서 아예 이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B기업 대표는 "회사 경영에 참여했던 인사들인 만큼 현재 시장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며 "당장 IPO를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한다 해도 매력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결국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더이상 우수 인력을 끌고 나갈 무기도, 동력도 다 잃어버린 셈"이라며 "예비 유니콘으로 불리며 시장을 주도하던 기업들까지 속절없이 무너지는 상황에 버틸 수 있는 기업들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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