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과잉진료를 했더라도 실손보험사는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보험가입자인 환자 또한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즉 과잉진료의 책임이 '피보험자'에게도 있다고 본 것.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김상근)은 최근 피보험자 A씨가 B실손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경기도 김포에 있는 C병원에서 허리와 목 척추강 협착, 허리 및 목 추간공 협착, 허리와 목 디스크, 근막통 증후군, 장경인대 증후군, 양쪽 무릎관절 골관절염 및 활액막염, 양쪽 어깨 관절 회전근개 손상 등의 진단을 받고 한달 넘도록 입원 치료를 받았다.
입원비를 포함한 진료비는 총 4786만원이었는데 이 중 건보공단 부담금 427만원을 제외한 4357만원이 A씨가 내야 하는 비용이었다. 이에 A씨는 2000만원을 먼저 결제하고 퇴원한 다음 입퇴원 확인서, 소견서, 진료비계산서 등 자료를 첨부해 B실손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A씨가 입원한 기간인 35일 중 29일 정도가 적정하고 그 이후에는 외래 주 3회 통원치료가 적정하다고 보고 입원비를 조정했다.
B보험사는 A씨 치료가 과잉치료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3527만원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에서 약관상 보상비율인 90%를 적용하는 등의 계산을 거쳐 325만원만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보험사는 히알넥스주 등 영양제, 토카스소프트 보조기에 대한 비용 지급을 거절했다.
A씨는 입원기간 중 37회의 도수치료와 42회의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았는데 보험사 일부만 인정했다. 이밖에 A씨가 받은 고주파열치료, 신경성혈술, 신경근성형술, 플라센텍수, 수술재료비, 전류인지검사, 통증역치, 초음파 등은 불필요한 과잉치료라고 판단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C병원은 실손보험 제도를 이용해 고가의 비급여 항목 치료를 하거나 장기 입원을 유도해 과잉 진료를 하는 것으로 이미 이름 나 있는 곳이었다.
일부 보험사는 C병원을 대상으로 보험사기 공범 또는 방조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다만, B보험사는 해당 병원을 고소하지 않아 A씨에 대한 진료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법원은 보험약관 등을 반영해 보험계약에 따른 적정 의료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여기에서 지급률 90%를 적용해 보험사가 이미 지급한 325만원을 빼고 574만원을 더 환자에게 내어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허위 또는 과잉 입원, 진료 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가 피보험자의 불법적인 행위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 때문에 자행된 것이거나 적극적으로 관려해 이뤄진 것임이 증명돼야 한다"라며 "피보험자로서는 사회적 평균인으로서 주의만 기울이면 자신에게 행하는 치료가 과잉진료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돌아오는 직접적인 이익은 없더라도 의사가 실손보험 제도를 이용해 부정한 이익을 취해 결과적으로는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에게 손해를 전가시키며 실손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 판단을 놓고 보험연구원은 '피보험자의 과잉진료 방지의무'를 주제로 이슈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험연구원은 이번 법원 판단에 대해 "과잉진료가 이뤄진 데 환자의 책임이 있는지, 그 책임 정도에 따라 보험금 지급액을 달리 정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황현아 연구위원은 "보험계약이 무효, 취소가 될 정도가 아니더라도 보험금 청구가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에 대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귀책사유가 인정되면 형평의 원칙에 따라 지급보험금을 감액할 수 있다"라며 "피보험자에게 과잉진료 방지의무를 부과하되 고의, 중과실일 때만 의무 위반을 인정한다면 과잉진료에 의한 보험금 누수 방지와 피보험자 보호의 조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료방법 선택에서 의료인이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는 점, 환자로서는 의료인이 제시하는 진료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피보험자의 과잉진료 방지 의무 위반은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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