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현안협의체 불참을 지지하고 나서는 한편, 집행부를 향한 비판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수요자인 국민 및 각계 전문과들과 의대 정원을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는 9.4 의정합의와 그동안의 의료현안협의체 논의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의협 집행부에 이어 의협 대의원회까지 성명서를 내는 등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의협이 이날 열리는 의료현안협의체 불참의사를 밝히자 대의원회도 지지하고 나선 것.
이와 관련 의협 대의원회는 "그간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의료현안협의체의 노력을 공염불로 만들었다"며 "의대정원 논의가 의료계와의 협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협의체를 의대정원 증원을 위한 요식 행위 수행 기구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부는 소신을 가지고 9.4 의정합의서와 의료현안협의체의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대의원회는 의대정원과 관련해 원칙과 기준에 의해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두며 보건복지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의대 증원에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면서 시작된 의료계 내부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앞서 의협은 적정 의대 정원을 산출하기 위한 논의를 합의한 것일 뿐 증원을 합의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탄핵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논란이 거세지자 의협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논란을 재차 반박했다. 그럼에도 책임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의협이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의대 증원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
의협이 의사회들의 항의에 무성의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의사회들은 의협 집행부에 의대 증원 합의의 사실관계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낸 바 있는데, 의협이 관련 답변을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던 입장문으로 갈음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9일과 22일 두 차례 질의서를 보낸 서울시의사회는, 이에 대한 항의 서한을 보내며 지난 10차 의정협의체 회의 이후 발표된 내용을 취소하거나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우리의 질문은 정부와 의대 정원 확대를 합의했는지, 정부가 의료계와의 약속들을 어기고 시행을 강행했을 때 어떤 대책이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이었다"며 "하지만 의협은 집행부에 대한 의도적 흠집 내기를 반박 한다며 공개한 자료를 답변서라고 회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특정 질문 사안에 대해서 알아서 찾아보라는 식의 행태로 내과의사회 회원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다. 의사 수는 대한민국 의료계 백년을 내다보고 결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단시안적인 논의·합의를 좌시할 수 없다. 의료계 미래와 생존이 걸린 문제를 질문하는 것은 의도적 흠집내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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