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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환자 사이의 미싱링크는?

발행날짜: 2023-10-16 05:00:00

의약학술팀 최선 기자

최근 산부인과학회가 개최한 분만 인프라 붕괴 관련 국회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패널로 나선 모 연자는 사석에서 "학회의 현상 진단이나 대책 모두 훌륭하다"며 "아쉬운 건 이런 목소리가 학회가 아닌 국민들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의 지원 부족을 둘러싼 앓는 소리는 지겹게 들어왔지만 해결은 요원하다는 게 그의 판단. 부족한 건강보험 재원은 기정 사실이고, 남은 건 어떻게 재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할지의 문제인데 이 부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무래도 국민의 목소리라는 것이다.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지의 문제는 사실 논리나 이성의 문제라기 보다, 당대 사회 구성원이 가장 문제라고 인식하는 영역, 즉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대국민에 대한 설득, 홍보는 어떤 방식이 가장 효율적일까. 아니 그것보다 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으로부터 발원하는 의료계 관련 문제 제기가 부족한 걸까.

개인적으로 콘텐츠 소비와 관련된 문화 현상 중에 흥미롭게 지켜보는 지점이 있다.

최근 4차 산업 혁명, 사회의 고도화와 맞물려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이 뜨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과학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일반인이나 학생들에게 어려운 과학적 이론이나 배경을 알기 쉽게 풀어 전달하는 일을 한다.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신종 직업으로 알려지기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바로 그런 역할을 담당했다.

양자역학 강의로 유명한 경희대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수십 편의 방송 패널 출연은 물론 맥주 광고에도 주연으로 나서며 소위 연예인급으로 떴다. 그렇다고 그가 입담이나 개인기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흥미를 유발시킨 것도 아니다. 물리학자 관점에서 본 사회 현상 해석이나 물리학적 지식의 전달이 인기를 끈다는 건 그만큼 사회 고도화와 맞물려 세부적인 지식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방증이다.

대표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꼽히는 궤도 역시 방송가에서 한창 몸값을 높이고 있다. 홍대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도 건축 커뮤니케이터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유 교수는 서울이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된 결정적 원인으로 대중이 무엇이 좋은 건축인지 모른다는 점을 꼽은 바 있다. 대중으로부터 발원하는 좋은 건축에 대한 정의 및 철학, 관점이 생긴다면 이는 좋은 건축에 대한 수요가 되고, 이런 수요가 좋은 건축에 대한 공급으로 이뤄지는 선순환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 NASA의 2024년 예산은 36조 8560억원에 달한다. 우주 탐험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대중들의 '사회적 합의'나 '암묵적 동의'가 있었기에 이 정도 규모의 통큰 지원이 매년 이뤄질 수 있었다. NASA가 탐사 활동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최대한 대중 친화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 분야의 커뮤니케이터가 전문지식을 대중이 소화하기 쉽게 전달하는 과정은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중요한 지점이 된다.

임상에만 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은 의사와 환자, 그 중간에 미싱링크(missing link)가 있지만 다방면에서 의학적 지식을 말랑말랑한 컨텐츠로 재가공해 전달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간 의학계의 대국민 설득은 공감대 형성보다는 불친절한 논리/이성에 기댄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의대 교육에서부터 의학 커뮤니케이터의 중요성을 알린다면 언젠가 의학계에서도 스타급 커뮤니케이터가 나오지 않을까.

공감은 이해로부터 나온다. "이러다가는 다 죽어"라는 국민 목소리도 공감에서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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