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만난 병원계 수장들은 의료현장의 극심한 의사 인력난을 호소했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 의사 채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이들은 의료계 전반에 흐르는 의대증원 확대 반대 여론과 결을 달리했지만, 2020년 의료계 총파업을 고려해 의료계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9층 대회의실(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병원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병원계 단체 수장들은 의사 인력난이 극심하다는 부분에서 큰 틀에서 의견을 같이하고 지역 필수의료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병원계 수장들은 지방대학의 경우 해당 지역 출신의 지역 내 정착할 가능성이 65%로 높다는 점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지역 내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분야 역량 있는 의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동군산병원을 운영 중인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성규 회장은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의사 인건비는 올랐지만 중증·응급 필수의료 분야일수록 의사 채용을 못하고 있다. 이는 지방 중소병원이 가장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필수의료 인력이 개원가로 이탈되는 상황과 진료량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한 사태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지역 병원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지역·필수의료 분야가 외면당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정책패키지가 보다 실현 가능하고 의료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병원장들의 요구다.
이와 더불어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의 질 유지도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다. 지역에 의사인력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려면 교육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 봤다.
대한병원협회장 윤동섭 회장은 "의사인력 확충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교육의 질을 우선 담보해야한다"며 "잘 훈련받은 의사 인력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지난 7월부터 병협 차원의 TF가 가동 중으로 조만간 범병원계의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들은 수년째 병원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의료전달체계에 대해서도 대책을 요구했다. 의료자원은 한정된 만큼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고 고난도·고위험 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를 주문했다.
이번 간담회의 성과는 앞으로 정부와 병원계가 필수·지역의료 위기극복 방안을 논의하는데 상호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오주형 회장은 "의사 부족 현상이 전체 진료과, 수도권 대학병원까지 확산되고 있어 의료계 내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면서 "다만 2020년 증원 추진 시 사회적 갈등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의료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대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지금 보건의료의 위기는 필수·지역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인력이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반적으로 부족한 데 기인한다"면서 "구인난 등 병원 현장에서 겪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안상훈 사회수석 또한 "앞으로 이런 자리를 더 만들어 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지역·필수의료 위기 상황에서도 필수의료에 남아 헌신하는 의사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해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누적된 의료현장의 문제를 함께 돌아보고 미래 세대를 위한 의료시스템 혁신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연세대학교 의료원장),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장(동군산병원 이사장), 이상덕 대한전문병원협회장(하나이비인후과 병원장), 윤을식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장(고려대학교 의료원장), 오주형 상급종합병원협의회장(경희대학교병원장) 등 직능별, 병원 특성별 6개 병원단체에서 13명의 대표자가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복지부 장관, 제2차관, 보건의료정책실장과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사회수석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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