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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막아주지 못하니…산과학회, 소송 자구책은?

발행날짜: 2023-11-28 05:30:00

의료사고 분쟁 방지용 수술 동의서 표준안 마련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항목 및 발생 빈도 등 제시

산부인과 의사에게 신생아 뇌성마비 발생에 책임을 물어 1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등 회원들이 각종 송사에 휘말리자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의료사고 관련 책임 소재가 불가항력적 사고 가능성에 대한 고지 및 환자 동의 여부에 집중되는 만큼 이를 반영한 시술·수술 동의서 표준안을 마련, 법적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것이다.

27일 산부인과학회는 이달 제109차 산부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제시한 산과 관련 동의서 표준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치고 이를 전체 회원에게 공개했다.

박중신 이사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은 "최근 산과 관련 법적인 문제 발생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분만, 유도 분만, 각종 수술 등과 관련해 분쟁 발생 시 환자의 동의 여부가 법적 판단의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에 학회에서 동의서 표준안을 만들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동의서 표준안 중 일부. 발생 위험이 있는 항목마다 논문 출처를 기입해 공신력을 높였다.

먼저 유도분만 동의서는 ▲유도분만의 목적 및 효과 ▲시술 과정 및 방법 ▲시술 진행 시 예상되는 위험 및 발생가능한 합병증 ▲예정된 의료행위가 시행되지 않았을 때의 예후 ▲예정된 시술 이외의 시행가능한 다른 치료방법 및 제한점 ▲시술방법의 변경 또는 수술 범위의 추가 가능성 ▲집도의/시술의 변경 가능성으로 구성됐다.

학회는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동의서에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의료사고의 항목 및 가능성을 소상히 소개했다.

동의서는 시술 진행 시 예상되는 위험 및 발생가능한 합병증과 관련해 "유도분만 시 약 17~19%에서 유도분만 실패, 태아심박동이상, 진행 부전 등의 이유로 응급 제왕절개술(초산부 25~30%, 경산부 4~7%)을 할 수 있다"며 "흡입 분만의 가능성도 증가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자궁무력증 및 산후 출혈의 경우 분만 후 발생할 수 있다"며 "유도분만 시 자연진통에 의한 분만보다 산후 출혈이 5.2% 대 4.0%로 더 증가해 이로 인한 수혈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삭 신생아의 경우 약 3~4%에서 호흡계의 태아-신생아 이행 과정이 원활하지 못해 소아과적 처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기저질환이 없는 저위험군 산모의 약 11~13%의 만삭 신생아도 집중치료실에 입원하는데 이런 합병증은 유도분만에 의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진통에 의한 분만에서도 발생 가능한 합병증이라는 것이 학회 측의 설명.

제왕절개술 진행 시 예상되는 위험 항목에서는 출혈 및 자궁 수축 부전, 감염 및 혈종, 주변 장기의 손상, 기타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 및 평균 발생 빈도를 표시했고, 태아·신생아 관련 문제로는 흡입기 사용 가능성, 피부 찰과상 및 열상, 두개골절, 두혈종 등을 제시했다.

동의서에 논문 출처 등 근거를 기입했다는 점도 새롭다. 학회는 항목 별 합병증 위험 및 발생 확률 등을 언급한 부분마다 논문 출처를 달아 맹목적인 회원 보호가 아닌 객관적인 근거 제시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동의서에는 의미 있는 태아심박동 이상 및 산모 상태의 급격한 악화, 분만진행 중 진행실패 소견이 있을 경우 응급제왕절개술로의 변경 등 시술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부득이하게 시술방법이 변경되거나 시술범위가 추가될 수 있는 조건도 명시했다.

동의서는 "시술의 목적ㆍ효과ㆍ과정ㆍ예상되는 합병증ㆍ후유증 등에 대한 설명을 의료진으로부터 들었음을 확인하고, 이 시술로서 불가항력적으로 야기될 수 있는 합병증 또는 환자의 특이체질로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위 설명으로 이해했음을 확인한다"는 문구에 서명을 하도록 했다.

박중신 이사장은 "그간 개원가에서 자체 동의서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며 "학회가 만든 공신력이 있는 동의서이기 때문에 각 기관 상황에 맞게 수정해 사용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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