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피부과의사회가 새 집행부를 맞아 피부과 영역 침범 대응에 방점을 찍었다. 제도적인 테두리를 강화하는 한편 자체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피부과 고유영역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피부과 진료영역 침범은 피부과의사회의 오랜 골칫거리다.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과 높은 수요로 의과 내부는 물론, 치과·한의사·미용사 등 직역을 가리지 않고 피부·미용 분야로 진출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해엔 문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두드리는 등 어려움이 커지는 모양새다.
올해부터 제14대 피부과의사회 집행부를 이끌게 된 조항래 회장은 15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피부과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차별화 정책을 강조했다.
현재 피부과 개원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병·의원들로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저수가 등의 여파로 다른 전문과 의사들이 본인의 전공을 포기하거나, 피부 진료와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부과의사회에 따르면 그 비중이 10여 년 전부터 5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네 피부 관련 병·의원 중 절반은 피부과 전문의가 하는 곳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한때 피부과 개원가를 지탱했던 점 빼기를 시술하는 곳이 늘어나며 그 비용이 기존 2만~3만 원에서 1만 원대로 떨어졌다. 개중엔 미끼 진료로 1000원, 500원에 시행하는 곳도 있으며, 아예 다른 진료 패키지에 포함돼 무료로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보톡스·필러 등은 의과가 아닌 치과·한의과 병·의원에서 시행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하듯 '전문과·경력이 없어도 세후 월 1000만 원의 임금에 도시에서 근무하는 의사'를 칭하는 '무천도사'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는 형국이다.
조항래 회장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피부과 전문의의 전문성 강화를 강조했다. 피부과의학 발전을 통한 세계화를 목표로 삼은 것. 또 이 같은 노력이 내부적으로 무너지지 않기 위한 제도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조 회장은 "대한민국의 피부과 전문의들은 수십 년 전부터 한눈팔지 않고, 국민의 피부건강만을 생각하고 꾸준하게 피부과 분야에만 집중했다"며 "90년대부터 기본 피부과학을 바탕으로 피부과의학의 영역을 미용피부과학으로까지 확대 발전시켜 지금의 K-Beauty와 K-Medicine의 근간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힘들게 쌓아온 대한민국의 미용 의료가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의료기관 간판표시법, 각종 매체의 전문과목 표시법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민으로 하여금 전문의 구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집행부에서 집중했던 사안으론 문신사법을 조명했다. 이 법안은 문신사 및 반영구화장사에 대한 법을 제정해 이들의 자격과 업무범위, 위생관리의무와 영업소 신고 등을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문신은 침습적인 행위로 감염·염증·알레르기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데다가 이를 지우는데 수백, 수천만 원이 들어간다는 게 의료계 우려다.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다가 계류됐지만, 문신 합법화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조 회장은 "이전 집행부에서 부회장으로서 회장을 보필하며 전반적인 회무 집행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조율했다"며 "특히 문신사법 제정 반대운동에 집중했는데 국회, 보건복지부 등 유관 단체와 각종 회의를 진행하며 피부과의사회의 입장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비전과 관련해선 '세대를 아우르고, 세계 속에 경쟁력을 갖춘 대한피부과의사회 만들기'를 모토로 회원 단합을 끌어내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회원 대화합 및 신구조화 ▲피부과전문의 경쟁력 증진 ▲전문가로서의 피부과 분야 R&D 및 영역 확대 등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조 회장은 "어깨가 무겁고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다양한 대회원 뒷바라지를 목표로 노력하고자 한다"며 "이러한 목표는 절대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기에 모든 회원과 가깝고 원활하게 소통하고, 늘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료계가 헤쳐 나가야 할 난관들이 많은 요즘, 회원들의 믿음에 대한 보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폭풍우 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임기 동안 임무에 충실해 회원들이 폭풍우 속에서도 멋진 춤을 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회원들을 늘 마음에 새기고, 회원들의 밝아진 마음이 또 다른 마음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관심과 조언, 격려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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