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의료계·국민이 대화해야 한다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돌아올 전제조건은 합리적인 노동과 가치 인정이라는 요구다.
12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관련 쟁점과 해결과제' 연속간담회를 열고 의사 인력 증원 규모와 방법 및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장·단기 방안을 논의했다.
첫 발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가 맡았다. 그가 2020년 발표한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는 정부의 의대 증원 근거가 됐다.
앞서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 및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가 본인의 연구를 잘못 인용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는 500~1000명 수준이며, 만약 정부 주장처럼 1만 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10년간 1000명씩 늘리는 게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5년 후 5000명을 증원한 시점에서 당시 의료 수요를 고려해 정원을 재조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그는 자신의 연구와 관련해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 의사 수급 총추계는 2035년 부족하나, 2050년 이후 과잉 공급으로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사 수급 부족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나타나며 수도권은 과잉 공급이 심화된다고 강조했다. 주치의 제도 도입과 같은 강력한 의료제도 변화로 의사 공급 부족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비수도권에 국한한 의대 정원 확대를 제안했다. 향후 의사 과잉 공급이 예상되는 만큼 탄력적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한 의사수급추계위원회 등을 구성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봤다.
또 의료제도 변화가 선행된다면 의사 공급 부족을 크게 완화할 수 있는 만큼,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와 지불제도 변화가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건을 국민·정부·의료계가 합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어진 패널과의 질의응답에서 홍 교수는 현재 의료계가 분노하는 이유는 의료 행위가 저평가돼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통한 낙수 효과로 필수·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 의대 증원에 앞서 의료 행위를 가치 기반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홍 교수는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즉 가치 기반 의료로 전환하자는 얘기인데 현재의 행위별 수가로는 이를 인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단순히 주사만 봐도 이를 통해 어떤 치료 효과가 있는지를 봐야지 주사를 놓는 행위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 행위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기본적인 틀을 바꾸고 그 이후에 몇 명의 의사 더 필요하고 이들을 어느 지역에 배치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로어 질문에선 전공의 사직을 끝낼 중재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관련 질문에 홍 교수는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대학병원 시스템을 지적했다. 이들이 피교육자로서 합리적으로 노동하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데 이들은 배우는 피교육자다. 이는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잘못된 것이다. 이들 업무의 70~80%가 수련이고, 20~30%만 의사로서 일하도록 지위가 바뀌어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전공의의 과도한 노동이 정상적인 노동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전공의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있었던 서울대학교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서울대의대 비대위는 오는 18일 교수 사직을 예고하는 한편, 의대 증원 규모를 논의하기 위한 정부·의료계·정치권·국민 대화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홍 교수는 "서울대 의대 교수 중 한 명으로서 교수들도 화가 났다. 다만 이는 의료계 맥락과는 조금 달리 대화가 안 되는 상황 자체에 화가 난 것"이라며 "교수들이 사직을 이야기한 것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데 교수들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에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학생들이 돌아오게 하려면 정부와 의료계, 국민 앉아서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선 지역의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상국립대학교병원 공공보건사업실 김영수 실장은 '경상남도 의사 인력 수요 추계 및 확보방안 연구'를 발표하며 2050년까지 경남 전 지역에서 의사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 대책으로 단계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우선 공공임상교수제 보완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련 1차 사업 결과 전국 150명 정원에 지원자는 불과 16명이었는데 이중 경남 0명이라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의과대학 지역정원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경상국립대의대 지역정원제 의사는 경남지역 6개 책임의료기관에서 인턴 및 전공의 수련을 받고, 전문의 취득 후 일정 기간 경남 의료취약지에서 의무복무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공중보건의사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최종적으로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가 공보의를 대체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는 이와 함께 ▲공공병원 의료진 확보 및 운영지원 보조금 지원 ▲공공의대 설립 ▲경남 전공의 정원 확대 ▲공공병원 수련병원 지정 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지역인재전형은 효과가 있다. 지역인재를 뽑아 장학금을 지급하고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식인데, 지역의사제가 필요한 이유"라며 "지역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일례로 일본 오키나와 의대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지역 의사 양성이다. 우리나라 의대도 이를 주요 목표로 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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