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2035년까지 약 20억명, 과제중이 포함된 경우 약 40억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이제는 심각한 글로벌 보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삭센다에 이어 위고비, 젭바운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ucagon like peptide-1,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들의 획기적인 체중감량 효과가 임상에서 확인된 만큼 후발주자들도 동일 계열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 치료제는 체중 감량 효과부터 최근 심혈관 보호 혜택까지 발견되고 있어 임상현장에서의 확장성도 주목되고 있다. 동시에 국내 임상현장에서의 치료제 활용방안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확장성 큰 '비만'에 꽂힌 제약‧바이오
20일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전 임상부터 현재 출시된 제품까지 합친 전 세계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총 79개 제약‧바이오기업의 148개 품목에 달한다.
파이프라인을 계열 별로 살펴보면, GLP-1 계열 약물이 39%에 달한다. 삭센다와 최근 위고비, 젭바운드의 성공을 목격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후속 주자로 개발에 뛰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주요 기업들은 최근 두 가지 주요 전략을 갖고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차별화 전략에 따른 '단일 요법' 치료제로 개발하거나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MASH(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까지 치료제 확정성을 고려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경우로 나뉜다.
단일요법의 경우 ▲최고 수준의 감량 비율 ▲개선된 안전성 ▲만성 관리를 위한 경구 약물이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하는 것으로, 화이자나 바이킹세러퓨틱스의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 대표적이다. 포트폴리오 전략은 적응증 확장을 무기로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을 주도 중인 노보노디스크(위고비), 릴리(젭바운드)를 비롯해 후발주자로 택한 전략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주사제 중심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경구제' 형태의 치료제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화이자, 바이킹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일동제약과 디앤디파마텍 등이 개발에 가세했으며, 선도 업체로 기존 주사제를 보유한 노보노디스크와 릴리도 자체적인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
한국아이큐비아 이강복 마케팅 & 영업담당 상무는 "임상 단계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상당수가 경구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며 "그러나 경구용 비만 치료제에 대한 판단은 아직 유보되고 있다. 편의성과 함께 만성‧유지 관리에 적합한지, 가격 및 공급망 등 장점이 과제보다 큰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사제 대비해 비슷한 효능을 가질 수 있는지와 함께 내약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 여러 경구제 간의 차별화도 중요한 과제"라며 "최근 바이킹이 경구제로 개발 중인 VK2735는 위약 대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위장관 부작용은 없었으며 대부분 부작용은 경미했다"고 경구제 개발을 기대했다.
비만 신약 한국 도입 가시화…가이드라인 정립 과제
전 세계 비만 치료제 개발 트렌드 속에서 위고비와 젭바운드로 대표되는 GLP-1 계열 신약들의 국내 도입도 가시화되고 있다.
참고로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위고비의 등장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2023년 전 세계 110억 달러(약 15조 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위고비가 이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전체 110억 달러의 시장 중 위고비가 72%를 차지할 정도다.
다만, 현재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우 위고비는 국내 품목 허가는 획득했으나 '물량 확보' 문제로 출시가 지연되면서 삭센다(노보노디스크)와 큐시미아(알보젠 코리아)가 60%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양분하고 있는 상황.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위고비가 전 세계 9번째로 국내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임원인 A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일본이 출시 된 데 이어 중국도 승인을 받았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출시시기를 장담하기는 힘들다"며 "결과적으로 전 세계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내 시장의 위치를 말해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출시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는 전적으로 비만 치료제는 비급여로 활용될 것 같다"며 "비만의 질환 인식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국내 보험재정적인 측면 등 여러 부분을 고려한다면 급여 적용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봤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비만 유병률 증가로 인한 잠재력이 큰 치료제 시장인 만큼 질병화 및 사회적 인식 개선 작업과 함께 임상현장에서의 활용 가이드라인 및 보험 적용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시했다.
동시에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라면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 전략, 투여 중단 시 체중 재증가 방지 등 효능 개선, 글로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한국아이큐비아 이강복 상무는 "지난 2년 간 전 세계 비만 지출은 신약으로 가속화됐으며 2030년까지 15개 이상의 새로운 품목이 시장에 출시되면서 차세대 비만 치료제 시장이 훨씬 더 경쟁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향후 비만 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의료진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동시에 만성질환 관리와 연계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복 상무는 "현재 비만 치료제는 식약처 허가를 받았더라도 급여에 적용되는 사례가 없다. 미국에서는 미국 보험청(CMS)이 위고비에 대한 심장병 병력이 있는 일부 환자의 메디케어(Part D) 보장을 선언했다"며 "향후 비만 치료제는 급여와 환자 자부담 시장으로 양분 될 것인데, 고도비만이나 동반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 대상 급여기준 마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 관련 학회 등과 가이드라인 개발을 통해 포괄적인 비만 치료 접근 방안을 수립하고 보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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